[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최근 국내 앱마켓에서 불법도박 게임이 활개를 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노골적인 사행성에도 전체 이용가 또는 12세 이용가 등으로 분류돼 있어 아동·청소년이 이에 노출될 우려도 제기된다. 때문에 구글 등 플랫폼사들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관계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도 인력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사후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법적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인앱 광고를 통해 노출된 불법도박 앱 홍보물 (자료=구글플레이 인앱광고 캡처)
2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최근 모바일 인앱 광고를 통해 불법도박 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모바일 게임이나 일부 앱에서는 특정 기능이나 재화를 얻기 위해 광고를 시청하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BM)이 정착돼 있다. 사용자는 과금 없이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개발사도 매출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도박 사업자들이 이를 악용해 마케팅을 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인앱 광고를 통해 자신들의 앱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 또는 ‘단시간에 손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 등 자극적인 메시지를 통해 설치를 유도하는 패턴이다.
문제는 이러한 광고가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이기 때문에 차단 조치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전체 이용가인 모바일 게임이나 앱 등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앱을 설치해 보면 플린코(사다리 게임) 등의 형태로 도박을 진행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입금을 요구하며 충전 금액의 5배를 최소 출금액으로 설정해 이탈을 막는 식이다.
불법도박 앱을 실행하면 입금을 먼저 요구한다. (자료=불법도박 앱 캡처)
앱의 내용 자체가 노골적인 불법 온라인 도박이지만 이에 대한 규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앱들 대다수가 전체 이용가 또는 12세 이용가로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구글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율등급분류사업자로서 이러한 앱들이 아동·청소년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도박의 경우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다소 느슨하게 바라보는 측면이 있으며 이러한 점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플랫폼사 입장에서는 매출 등에 있어서 아쉬울 것이 전혀 없기에 불법도박 등에 대한 사전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가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사후 모니터링 직권 재분류 등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인력 등 자원 부족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무도 권능도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것이다. 특히 광고 차단의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와의 협조가 필요해 빠른 처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노골적인 사행성을 담고 있지만 전체이용가 등으로 배포된 실정이다. (자료=구글플레이 캡처)
제3대 게임물관리위원장을 지냈던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이 문제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병폐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비슷한 사례가 다수 존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불법 게임물은 단속을 하면 잠시 사라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기승을 부리는 등 숨바꼭질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행태는 게임에 대한 인식 저해 등 일반 게임의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후 모니터링 기능과 제재를 대폭 강화해 불법 게임물 유통 의지를 꺾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학회장은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각종 규제로 국내 게임업계의 발전이 저해됐듯 불법도박 게임물의 유통이 국내 게임 생태계에 큰 악영향을 줄까 우려된다”며 “다시는 이러한 앱들이 국내에 유통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역할 자체는 축소하더라도 사후 모니터링 등 불법 게임물 유통 근절을 위한 기능은 더욱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상적인 게임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일반 게임물과 사행성 게임을 구분해 따로 규제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