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땅값 비싼 광화문에서 4년간 ‘셋방살이’를 해온 LX홀딩스가 사옥을 직접 매입했다. 창사 이래 처음 5120억 원을 투입해 LG광화문빌딩을 인수했다. 매년 177억 원에 달하던 임대료 부담을 해소하고 ‘무차입 경영’에서 ‘전략적 차입’으로 경영 방향을 전환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X홀딩스는 LG로부터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의 토지와 건물 등 유형자산을 5120억 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사진=LX홀딩스 홈페이지)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X홀딩스는 LG로부터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의 토지와 건물 등 유형자산을 5120억 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LX홀딩스 자산 총액의 26.88%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다. 2021년 LG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고수해온 무차입 경영 원칙을 처음으로 깨는 결정이다.

LX홀딩스는 그간 대기업으로 드물게 ‘빚 없는 경영’을 유지해 왔다. 올 상반기 부채비율은 2.11%에 머무른다. 2022년 1.49%, 2023년 2.15%, 2024년 1.91%로 안정적이다. 6월 말 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121억원에 달한다.

LX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사옥 매입은 그룹 차원의 미래 대비와 중장기 자산가치 제고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무차입 경영’ 원칙을 벗어나도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이뤄졌다. LX홀딩스는 보유 현금 3121억 원중 2200억원을 투입하고 1500억원 규모의 첫 회사채를 발행해 나머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공모채는 2·3·5년물로 발행된다. 금리는 AA- 등급 민평 대비 -30~+30bp, 2.6~3.2%로 예상된다. 무차입 경영과 우수한 신용등급 축적으로 쌓은 시장 신뢰가 밑받침된 결과다.

LX홀딩스의 첫 회사채 발행은 무차입 경영에서 ‘전략적 차입’으로 전환하는 본격적 신호다. 순수 지주사로서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 확대 의지를 보여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광화문 인근은 고도 제한으로 신규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희소 자산”이라며 “LX홀딩스가 무차입 경영으로 축적한 재무 유연성을 바탕으로 향후 수년 내 안정적인 차입금 상환과 자산가치 상승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X홀딩스는 2021년 LG그룹에서 분리된 후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엠엠에이, LX엠디아이, LX벤처스 등 6개 주요 계열사를 거느린 순수 지주사로 성장했다. 지주사는 지배 및 자본 운용에, 계열사는 성장과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구조다.

이번 광화문 빌딩 인수로 LX홀딩스의 경영 독립 전략이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계약 완료 예정일은 12월 31일이다. 4년간 이어온 LG와의 물리적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으며 독자 경영 체제를 확립할 전망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무차입 경영으로 재무 유연성을 확보한 LX홀딩스가 이제는 차입을 통한 가치 창출 단계로 진입했다”며 “이번 결정은 단순한 자산 매입이 아닌 지주사의 성장 전략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