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최근 태광그룹의 애경산업 인수에 70%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자 소액주주 소외 논란이 불거졌다. 이와 함께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당위성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70% 넘는 프리미엄을 애경그룹 특수관계자들에게만 부여하지 말고 일반주주에게 공평하게 부여하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왼쪽부터) 애경그룹 사옥, 태광그룹 흥국생명 빌딩(사진=각 사)
포럼 측은 “AK홀딩스 지분 45%와 장씨 패밀리가 컨트롤하는 애경자산관리 지분 18% 포함 총 63% 지분이 매각 대상”이라며 “자사주 5% 제외한 나머지 32% 지분을 가진 일반주주의 존재 자체가 무시되는 주주권익 피해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수가 4500억원을 가정해 63.3% 지분으로 나누면 주당 2만6917원이다. 지난 9월 12일 종가 1만5520원 대비 73% 프리미엄이 붙었다. 반면 애경산업 주주들은 장기간 대규모 손실을 봤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업계에서도 이번 인수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18일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대상이 오너그룹 지분에 한정된 상태로 이대로 인수가 진행될 경우 대주주(63%)만 경영권 프리미엄 혜택을 누리고 소액주주(30.38%)는 기회에서 배제될 수 있다”며 “아직 피해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이익침해의 가능성 및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직전 막차를 탄 M&A 성사”라며 “잔여 지분 전체를 공개 매수해야 하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연내 협상 마무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롯데렌탈의 지분 매각 건이 꼽힌다. 지난 3월 롯데렌탈의 지배주주인 호텔롯데가 회사의 지분 56.17%를 어피니티에 주당 7만7115원에 매각하고 같은 날 롯데렌탈은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주당 2만9180원에 제3자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렌탈의 지배주주는 프리미엄을 얹어 주식을 매각했지만 소액주주들은 주식을 매각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후 유상증자로 인해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손해도 봤다.
한화투자증권은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에 붙은 프리미엄으로 소액주주들이 잃게 될 기회비용은 91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 대한 당위성도 확산되고 있다. 경제 및 법률 전문가들은 소액주주 보호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기업의 경영권이 변경될 때 인수자가 대주주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것 외에 소액주주 지분도 일정 비율 이상 공정하고 동일한 가격으로 매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소액주주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부터 소외시키지 않고 보호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반주주 보호장치가 부재해 소수주주가 매각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공백이 반복되었고 이에 따라 제도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며 “이러한 장치는 주주평등대우 원칙을 제도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겸 고려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은 주주평등대우의 대원칙을 실현하는 제도라는 핵심을 정확히 짚은 공약”이라면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인수자 입장에서도 무리하게 지배권 프리미엄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이를 보상받기 위한 사익편취의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반대 측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될 경우 인수자의 부담이 커져 M&A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소한의 경영권 지분만 확보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소액주주 지분까지 매수해야 하므로 인수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22대 국회에서 여야 모두 개정안을 발의하며 제도 도입 자체에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매수 물량과 가격 산정 기준 등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 조율이 필요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