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 다가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주요 대권 주자들의 레이스가 펼쳐지는 중이다. 특히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게임 공약에도 관심을 갖는 형국이다. 이러한 관심이 표를 얻는데만 그치지 않고 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 이철우 협회장이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게임특별위원장을 만나 게임이용자 공약 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다. (자료=한국게임이용자협회)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주요 정당들은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게임산업 진흥 정책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친게임 인사를 전면에 내세운 모습이다. 지난 3월 게임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강유정 의원과 노무현재단 황희두 이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조승래 의원과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강 의원은 해외 게임사 국내대리인 지정제와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막기 위한 통계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친게임 성향으로 유명한 이도경 보좌관을 보좌진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조 의원은 이전부터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의정 활동을 지속해 왔으며 지난해 출범한 게임정책포럼을 주도했다. 이 위원장은 엔씨소프트 전무를 역임했던 게임업계 출신 인사이며 황 이사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단순 특위 구성에만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강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은 지난 9일 열린 한국게임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보완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권한을 부여해 해외 기업들의 매출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대리인 미지정 시 등급분류를 통해 서비스를 막을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한 주요 게임사들의 노조 대표들을 만나 업계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방침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단일화가 지연됨에 따라 아직은 별다른 공약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당내 친게임 인사인 김승수 의원이 김문수 후보 선대위에서 문화콘텐츠관광 특보단장을 맡고 있어 관련 정책을 곧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판호 발급 문제와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적용 등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도 확률형아이템 표기 관련 입증책임전환 및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조 의원과 함께 게임정책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게임을 만들어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난 12일 정책 홍보를 위한 게임 ‘퍼스트펭귄 이준석게임’을 출시한 것이다. 정책에 대한 질문과 YES·NO 답안이 주어지고 알맞은 답을 펭귄이 통과하면 무리가 늘어나 더 많은 ‘민심’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앞서 천하람 원내대표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진흥보다는 규제 내용만 잔뜩 들어있다며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정치권에서 게임정책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2030 세대의 표심이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넘어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는 등 산업의 주도적 일원임을 자처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보편적인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은 데다 게임 관련 정책에 대한 유저들의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게이머들을 향한 구애 역시 더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지난달 여야 주요 정당의 게임정책 총괄 의원들을 찾아 ‘게임 이용자 공약 제안서’를 전달한 바 있다. 협회에 따르면 강유정 의원은 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의 균형을 강조하며 유료 상품 사양 변경 시 내용 상세 고지 의무화에 주목했다. 김승수 의원은 e스포츠 정책 중심 기관 또는 기구 설립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천하람 원내대표는 게임 리터러시 교육 총괄 정책 및 기구 정비를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전문가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 표심 얻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진흥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많은 대선 주자들이 게임에 대한 관심을 표해 왔지만 막상 정권이 출범하고 난 뒤에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가 문화콘텐츠에 달려 있으며 그 핵심인 게임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한국게임정책학회 이재홍 학회장은 “반도체나 자동차 등 제조업은 외세의 영향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게임산업의 경우 정부의 홀대에 의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라며 “업계가 요구하는 진흥정책들은 이미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차기 정부의 진흥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가 풍요로워질수록 문화에 대한 소비력도 증가하는 만큼 4차 산업의 승부처는 결국 문화력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문화력의 정점에는 콘텐츠가 있으며 게임이 그 핵심을 담당하고 있기에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든 게임산업에 대한 전폭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을 준비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 이철우 협회장도 “정치권에서 게임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표현하고 있고 정책 제안도 드렸지만 실질적으로 잘 반영은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산업 진흥 정책뿐만 아니라 이용자 보호에 대한 부분도 더 세심히 살피고 반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