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요? 공사비 안 올리면 안하죠”..조합 고육지책에도 시큰둥한 건설업계

끝없는 유찰에 공사비 올리는 조합들..“아직도 부족”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 단가 못 맞춘다는 건설사들 “유인책 필요”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3.13 08:38 | 최종 수정 2024.03.13 12:29 의견 0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정부가 주택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 등 공사비 급등 요인으로 건설사들이 과거에 비해 정비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가운데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27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6일 두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내면서 3.3㎡당 공사비를 908만원에서 959만원으로 상향했다. 1월 말 진행한 첫 번째 시공사 입찰이 무응찰로 유찰됐기 때문이다.

1월 말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조합’도 3.3㎡당 공사비를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 단지는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마포로1-10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조합’은 직전 3.3㎡당 930만원이었던 공사비를 1050만원으로 조정했다. 이 단지 역시 지난해 말 1차 시공사 입찰이 유찰로 끝났다.

사업이 진행된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은 조합원 내부 분열과, 공사비 미지급 등 요인으로 공사가 멈춘 상태다.

부동산 침체, 금리 인상 등으로 부담이 커진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탓에 조합들이 고육지책으로 공사비를 증액하고 있는 것이다. 공사비 증가는 향후 조합원 분양가와 분담금 증액 문제로 연결돼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자료=연합뉴스)

■ “공사비가 워낙 올라서”..서울시까지 나서 중재하지만

이와 같은 조합의 선택에도 건설사들의 반응은 차갑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저렴한 가격에 집을 지으려다 보니 공사비 인상을 크게 할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유동성 문제가 있다 보니 웬만큼 올린 가격으로는 원자잿값 급등 등 영향으로 입찰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기존 197만6000원에서 203만8000원으로 직전대비 3.1% 인상됐다. 이는 금융비용이나 토지비용 등을 모두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평당 673만7190원의 건축비가 기본적으로 든다는 의미다.

이 같은 가격 상승에는 자재가격 상승분이 반영됐다. 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레미콘은 7.2%, 창호유리 17.7%, 강화합판 마루는 1.3% 가격이 올랐다. 자재가격 상승분이 반영됐다. 레미콘 7.2%, 창호유리 17.7%, 강화합판 마루는 1.3% 올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건설자재지수는 106.4에서 144.2로 35.6% 상승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을 막기 위해 정비사업장 8곳에 대한 현장 조사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시는 오는 11일부터 22일까지 공사비 증액 여부를 두고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정비 사업장 8곳을 조사하기로 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자료=연합뉴스)

공사비 내리기는 좀..."

서울시까지 나서 현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건설업계 부담 완화 방안이 조금 더 근본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원자재값 상승으로 커진 공사비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늘어난 안전관리 강화비용으로 재건축 사업장 수익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인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상 외 근본적 해결책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와 조합 간 타협이 답인데 서로 간 욕심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진행되지 못한다면 그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결국 적당한 공사비 인상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최소한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상징성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게 다른 건설사 관계자의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기본 건축비가 약 670만원 선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이 금액 이하일 경우 공사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상징성이 있는 단지의 경우라면 마진을 줄여서도라도 입찰에 나설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 시공사 선정 단계에 있는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경우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입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는 최소한의 공사비가 담보되고 상징성이 있는 자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건설사들이 경합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와 같은 상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공사비 감액보다는 조합을 대상으로 유인책을 확보하는 게 활발한 재건축 사업을 위한 길이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한시적으로 용적률을 상향하거나 금융 비용에 대한 비담을 줄여주는 방식을 통해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용적률을 상향하거나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 있을 수도 있다”며 “기부채납 완화와 같은 제도적인 부분에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부채납은 재건축 등을 할 때 부지 일정 부분을 공공시설물 형태로 조성하면 건폐율, 용적률 등 제한을 완화시켜주는 제도다. 지금까지 많은 단지들이 용적률 혜택을 받기 위해 기부채납을 선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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