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전쟁①] 소비자는 비싼데, 라이더는 적다는 이것..배달비, 다 어디로 가나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4.26 07:00 | 최종 수정 2023.04.29 13:35 의견 0
쿠팡이츠 배달 서비스 [자료=쿠팡이츠]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코로나 특수로 호황을 누렸던 배달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배달 수요가 줄고, 배달비가 높아지자 이용자가 이탈하면서 영향을 받은 모양새입니다. 소비자의 배달비 부담은 높아지는데, 배달업계에서는 그 누구도 남는 게 없다고 말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아리송합니다. 도대체 우리가 내고 있는 배달비는 다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요.

바로고 라이더가 배달 상품을 건네받고 있다. [자료=바로고]

■ 문 앞에 놓이는 따끈한 음식..배달은 어떻게 이뤄질까?

배달의 기본적인 구조는 이렇습니다.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은 배달 주문을 ‘중개’하는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해 식당이 앱에 입점하고, 소비자는 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도록 광고·연결해주는 역할이죠.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 플랫폼은 결제금액에서 주문 중개 수수료와 카드 수수료 등을 떼어갑니다.

주문이 접수된 이후 배달은 생각대로·바로고·부릉 등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이뤄집니다. 그런데 배달대행업체는 사실 배달 주문을 중개를 하는 플랫폼, 즉 연결하는 역할이 전부고 진짜 배달은 각 지역에 위치한 배달대행사에 의해 이뤄집니다. 배달대행업체 역시 대행사와 계약을 맺은 형태라는 것이죠. 배달대행사 아래로 라이더 인력이 소속·관리되는 구조입니다.

식당 점주는 하나의 배달대행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주문이 발생할 때 배달 ‘콜’을 요청합니다. 배달대행업체는 해당 지역의 배달대행사 소속 라이더에게 콜을 전달하고, 라이더의 배달을 통해 소비자가 음식을 받게 됩니다. 배달대행업체 선정은 점주 재량입니다. 여기서 배달대행업체의 콜 이용료와 배달대행사 수수료, 라이더 인건비 등이 발생합니다.

배달대행업체를 통한 배달의 경우 배달비는 지역별로 배달대행사 지점장과 식당 점주가 개별 계약을 통해 책정됩니다. 계별 계약이라 식당마다 수수료도 배달비도 다릅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음식 메뉴에 따라 배달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국수 같이 불기 쉬운 음식, 피자처럼 부피가 커 다른 음식과 배달을 겸하기 어려운 경우 배달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 있다는 겁니다.

일반적인 배달 주문 하나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종합하자면 ▲배달 플랫폼의 중개 수수료 ▲배달대행업체의 콜 이용료 ▲배달대행사 수수료 ▲라이더 인건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단건배달 전쟁을 시작했다. [자료=각 사 홈페이지]

■ 배달업계 판도 뒤집은 ‘단건배달’의 등장..승자 없는 출혈 경쟁

그런데 배달 플랫폼이 ‘직접 배달’을 시작하면서 배달 시장의 판도가 뒤집힙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배민의 배민1 ▲요기요의 요기요 익스프레스 ▲쿠팡이츠가 있습니다. 이는 배달 플랫폼이 배달대행업체를 통하지 않고 라이더와 직접 계약을 통해 배달 주문을 수행하는 형태입니다. 배달 속도 및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프리미엄 전략이죠.

쿠팡이츠는 지난 2019년 출범 당시부터 ‘단건배달’ 서비스로 등장했습니다. 단건배달은 한 집에 한 건만 배달한다는 의미로, 동선에 따라 묶음 배달하던 기존 배달보다 배달 서비스 품질을 한 단계 올린 차별화 서비스입니다. 쿠팡이츠는 출범 1년 만에 전체 배달 시장의 10%를 점유하면서 배민·요기요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섰습니다.

배민은 2021년부터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을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단건배달이 등장하면서 라이더의 몸값이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한 명의 라이더가 한 건의 배달만 수행하다보니 절대적인 수가 부족했던 겁니다. 당시 쿠팡이츠는 프로모션을 통해 식당 입점을 노렸는데, 당시 중개 수수료(점주 부담)는 1000원, 배달비(점주+소비자 부담)는 5000원으로 고정했습니다. 참고로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단건배달이 아닌 신속배달입니다.

배달 라이더가 귀해지면서 배달 플랫폼의 ‘라이더 모시기’가 본격화합니다. 마침 코로나가 맞물려 배달 수요도 크게 늘었죠. 당시 라이더는 기본 배달비(5000원)에 플랫폼이 추가로 얹어주는 금액까지 더해 수익을 올렸습니다. 한 건의 배달로 노동 강도에 비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라이더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 전반의 배달비가 올랐지만, 배달비는 배달 플랫폼이 부담해 소위 ‘치킨게임’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배달 요금 인상의 부담은 식당 점주가 떠 앉는다. [자료=픽사베이]

■ “더 이상의 적자는 무리”..수익성 개선에 나선 배달 플랫폼

지나친 출혈경쟁이 화를 불렀던 것일까요. 쿠팡이츠와 배민은 지난 2021년 나란히 적자를 기록합니다. 쿠팡이츠는 출범 이래로, 배민도 지난 2019년부터 3년 연속 줄 적자를 겪었습니다. 이후 쿠팡이츠와 배민은 2022년부터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요금제를 개편해 수익성 확보에 나섭니다. 그동안 매출로서 몸집을 불려왔으니 이제 내실을 챙기겠다는 복안이죠.

새로운 요금제 중 가장 일반적인 유형으로 보면, 쿠팡은 중개 수수료 9.8%와 배달비 5400원, 배민1은 중개 수수료 6.8%와 배달비 6000원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는 중개 수수료가 주문 가격에 따라 반영돼 금액이 클수록 수수료 부담이 높아지고, 배달비 또한 오르는 셈입니다.

그 사이 라이더 인력을 관리하는 배달대행사 또한 각종 요금을 인상합니다. 대형 배달 플랫폼의 라이더 경쟁이 심화되자 배달비와 할증요금 등을 올려서라도 라이더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폭설이나 폭우가 내리면 배달대행사가 할증 요금을 부과해 배달비가 급증합니다. 반면 배민·쿠팡이츠의 경우 이 같은 할증 요금은 자부담하고 있습니다.

요금 인상의 부담은 고스란히 식당 점주가 떠 앉게 됩니다. 비용 감당이 어려운 점주는 음식 메뉴 가격이나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팁 인상 등을 고민하겠죠. 배달비는 배달팁(소비자 부담)과 배달료(점주 부담)으로 구성되는데, 주문 금액에 따라 점주가 각각의 부담 비율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와 배달료를 부담하는 점주도 있지만, 이 부담을 가격에 일부 반영하는 점주도 있겠죠.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도 모르게 복잡한 유통 단계에서 가중되는 배달업계 전반 비용을 배달비로 지불하면서 배달요금이 어느새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느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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