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뭉치게 만든 러, 美 동맹 뭉치게 만든 中..WSJ "아시아 '미국 친구들' 밀착"

김병욱 기자 승인 2023.03.07 01:46 | 최종 수정 2023.03.07 01:48 의견 0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하고 있다. [자료=뮌헨 AFP, 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병욱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이웃 국가들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쪽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한 것처럼 중국도 태평양 일대에서 미국 주도 동맹이 오히려 강해지는 비슷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관한 해법을 내놓으면서 화해의 길을 닦은 것도 중국의 군사력 부상에 맞서 아시아에서 '미국의 친구들'이 동맹을 강화한 최신 사례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최근 필리핀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정권의 친중(親中) 기조에서 벗어나 미군 주둔이 가능한 자국의 기지를 확대하고, 대만이 자국군 훈련을 위한 미군 주둔 병력을 대폭 늘리고, 호주가 핵잠수함과 관련해 미국 등과 밀착한 것이 앞선 사례들이다.

특히 일본은 국방 예산을 2배로 늘리고 미국과의 공동 성명을 통해 중국을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공개 언급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본이 최근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해 적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평화적 일본'이 유지되기를 바라던 중국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의 역내 최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워싱턴으로서는 유일한 옥에 티였지만, 이날 발표는 일본의 한국 내 자산 압류 가능성이라는 한일 관계의 가장 큰 단기적 위협을 해결하는 길을 제시했다고 WSJ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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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자료=베이징 연합뉴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유럽에서 러시아를 둘러싸고 거의 비슷하게 전개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에 천연가스와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지지를 구했으나,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독일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나토 가입 추진을 선언했고,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 가입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자국 영향권에 묶어놓으려는 러시아의 오랜 외교 목표와 상반된 결과다.

중국으로서도 주변국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는 점에서 강한 외교적 압박을 받게 됐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중국에는 남은 카드가 많다고 WSJ은 분석했다.

강대한 경제력과 서구에 대한 개발도상국들의 불만이 중국에 유리한 카드로 꼽힌다. 실제로 개도국 다수는 서방에 대한 불만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다.

미국이 반중(反中) 대오에 포함하고 싶어 하는 나라 중 일부는 권위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과연 '독재 대 민주'의 대립 구도가 먹혀들지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또 이날 발표가 오랜 한일 갈등을 모두 해결할 것 같지는 않으며, 이번 해결책도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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