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박항서 선배를 생각하며

강헌주 기자 승인 2023.01.18 14:55 의견 0
박항서 감독 [자료=베트남 축구협회 공식 페이스북]

어제(17일) 뉴스를 보니 박항서 감독의 고별 무대였던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 결승전에서 베트남이 태국 상대로 아깝게 준우승했다.

지난 5년 동안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새로운 축구 역사를 만들어 내었고 또 최고의 성적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베트남 축구협회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이번 대회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체질 개선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이끈 인물로 평가 받았다. 박항서 감독이 늘 나에게 이야기 했던것 중에 하나가 베트남 축구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유소년부터 연령별 대표팀까지 체계적으로 새롭게 이끌어 가야 한다며 늘 이야기 했다. 이는 축구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야구에도 똑 같이 적용이 되어야 한다고 박항서 감독은 강조했다.

2017년 10월에 부임해 지난 5년여 동안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부임 초만해도 베트남 축구협회나 동남아 축구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협회에서 조차도 박항서 감독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것 같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베트남 축구를 세계 96위 (국제축구연맹 (FIFA) 랭킹은 지난해 12월 기준)안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박항서 감독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선수들과 하나가 되는 단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항서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으로 인해 현재 동남아에는 한국 축구 지도자 섭외 신드롬이 생길 정도로 그 값어치가 치솟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한양대학교 1년 선배다. 한양대학 시절 축구부는 (야구장 보다 위에 있다) 축구공이 밑으로 내려오면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이 발로 뻥 차서 위로 올려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난다.

특히 박항서 감독은 야구를 좋아해 그 당시 학년이 같은 김시진 감독과 친구로 친하게 지냈던 모습을 많이 보았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새롭게 축구을 이끌어 간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얼마든지 더 멋지고 좋은 조건으로 편한 곳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베트남으로 갔다.

솔직히 이때만 해도 어느 누구하나 박항서 감독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 없었고 또 한국축구 조차도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랬던 베트남 축구가 짧은 시간에 박항서 감독의 노력과 지략으로 인해 동남아 축구에서 최강의 팀으로 끌어 올려졌던 것이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 2021년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인 4월에 박항서 선배를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박항서 선배는 내가 베트남에서 야구를 처음 전파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많이 격려해 주었다.

박항서 감독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이야기 하는 중에도 베트남 사람들이 박항서 감독을 알아보고 이야기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면서 사인을 받고 사진을 함께 찍는 모습을 보며 박항서 감독이 같은 한국인으로서 얼마나 자랑스럽고 위대하게 보였는지 모른다.

이제 피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한발 물러서서 새로운 길을 걷는다며 인터뷰 하는 모습을 보며 같은 운동하는 후배로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동안 베트남축구를 국민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축구실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박항서 선배 덕분에 베트남안에서 야구를 전파하고 활성화 하는데 큰 힘을 얻게 됐다.

베트남 야구는 축구에 비해 인프라나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인지도도 낮지만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구심점 없이 소규모의 야구동아리들이 흩어져 야구를 했지만 이제 협회가 생기고 국가대표가 결성되면 점점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낯선 나라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박항서 선배의 앞으로의 행보가 축구계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기를 바라며 어떤 일을 펼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이만수=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전 SK와이번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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