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마이크론, 최첨단 D램·낸드플레시로 총공세.. 삼성·SK하이닉스 막아낼까

박민혁 기자 승인 2021.06.11 15:13 의견 0
삼성 반도체 공장 [자료=삼성전자]

[한국정경신문=박민혁 기자] “반도체는 기술이 2년만 뒤처져도 회사가 망하는 산업”이라며 “이제는 국가 대 국가로 싸워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진대제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KIF) 2021’에서 이같이 말했다.

진 회장은 “2010년 이후 메모리 시장은 잠잠했지만 최근 미국 마이크론이 앞선 공정기술을 선보이는 등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어 삼성전자에 위협적”이라고 진단했다.

美마이크론 최첨단 D램 양산..176단 3D 낸드 신제품도 공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최첨단 D램·낸드플래시를 선보이며 차세대 메모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론은 여세를 몰아 이달부터 대만의 첨단 D램 공장을 증설해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에 나설 태세다.

'마이크론 크루셜 SSD' [자료=대원CTS]

마이크론은 D램 가운데 회로 선폭이 가장 좁은 것으로 알려진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4세대(1α) D램의 양산을 공식화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대만 '컴퓨텍스 2021' 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1α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LPDDR4x D램의 대규모 양산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의 1α나노 D램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14나노 D램에 해당한다. 14나노 D램을 대규모로 양산하는 건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다.

또한 마이크론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에 나섰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 마이크론은 96단 낸드플래시 제품이 주력인 반면 국내 업체들은 128단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이번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기술 경쟁을 촉발시켰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 확대가 기술력이다. 단수가 높을수록 저장 용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176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적층 단수로 1위 삼성전자가 업계 처음으로 쌓아 올린 128단보다 높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투자 적기를 놓치며 마이크론에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올해 1분기에도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장악

마이크론이 최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도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5분기 연속 시장 3분의 1을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약 5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렸다. 점유율은 33.3%로 5분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1분기 매출은 18억 달러를 기록했다. 평균 판매 단가가 7% 감소했지만 매출은 작년과 비교해 12% 상승했다. 선두권 기업 중에서는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 내년 중 ‘238단’ 낸드플래시 출시 목표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전자기기뿐 아니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

낸드플래시 기술력은 결국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하는 저장장치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시장 경쟁력으로도 이어진다. 적층 기술은 반도체 셀을 빌딩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기술이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는 저장 공간을 늘리기 위해 회로 선폭을 좁히고 반도체 소자를 집적화 하는 미세 공정 기술을 고도화 해왔다. 선폭이 줄면 같은 면적 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중 ‘238단’ 낸드플래시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72단 낸드부터 적용한 더블 스택 방식으로 현재 238단 낸드를 개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하면 낸드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게 돼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 자리에 오른다.

삼성전자 “200단 이상 8세대 V낸드 기술 확보..1000층 이상 쌓겠다”

삼성전자는 2013년 수직으로 쌓아올린 평면 단을 3차원 공간에 구멍을 뚫어 각 층을 연결하는 이른바 ‘V(Vertical) 낸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7세대 SSD 가상 이미지 [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현재 SSD 시장 점유율 33.3%를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강자다. 올 하반기에는 업계 최소 셀 사이즈의 7세대 V낸드가 적용된 소비자용 솔리드 SSD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이미 200단이 넘는 8세대 V낸드 기술을 확보했으며 향후 1000단 낸드 시대도 주도해나가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송재혁 삼성전자 플래시 개발실장(부사장)은 이날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린 기고문에서 “삼성전자는 업계 최소 셀사이즈를 구현한 3차원 스켈링(3D Scaling) 기술로 가장 먼저 높이의 한계를 극복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라며 “삼성전자는 한 번에 100단 이상을 쌓아 10억 개가 넘는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싱글스택에칭 기술을 확보한 유일한 업체”라고 강조했다.

송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V낸드의 단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똑같은 단수여도 높이를 최대한 낮게 쌓아 크기를 줄이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출시할 7세대 V낸드는 3차원 스켈링 기술로 체적을 최대 35% 줄였다”고 설명했다.

송 부사장은 “V낸드의 미래는 앞으로 1000단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며 “향후 1000단 V낸드 시대에도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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