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LG전자가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일정을 전략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당초 5월 상장을 목표로 했으나 트럼프발 통상정책 변화로 인한 글로벌 증시 불안정성이 커지자 IPO 시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LG전자 사옥 (자료=연합뉴스)
■ "기업가치 하락 막는다"..상장 절차 '8부 능선'에서 일시 중단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인도법인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수정본(UDRHP) 작업을 완료했다. 그러나 인도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을 보류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UDRHP 제출은 IPO 절차에서 '8부 능선'으로 이후엔 수요예측과 공모가 확정 등 마지막 절차만 남는다.
LG전자는 지난 3월 13일 인도 증권거래위로부터 상장 예비승인을 받았다. 규정상 1년 내 상장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인도법인 상장 절차는 진행 중이며 최종 상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속도 조절 배경에는 기업가치 하락 우려가 자리한다. 당초 LG전자는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를 최대 150억 달러(약 21조원)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기업가치가 105억~115억 달러까지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인도 증시가 하락한 영향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최근 인도네시아 법인을 찾았다. (자료=LG전자)
■ "1위 가전사, 서두를 이유 없다".. 인도 시장 장기 전략 우선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굳이 상장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인도 내 1위 가전기업 지위를 유지하며 최근 수년간 매출과 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LG전자 인도법인은 지난해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를 높게 받아야 하는 LG전자로서는 시간을 두고 보다 개선된 경영실적으로 투자자 설명회를 진행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재무 상황이 안정적인 만큼 인도 법인 상장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1997년 설립 이후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TV를 생산해 인도 내수와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LG전자의 인도 IPO 계획은 조주완 사장이 강조해온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핵심이다. 조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2030년까지 B2B 등 질적 성장 영역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지역에서 성장 가속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LG HVAC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아카데미는 상업용 에어컨 전문가를 위한 교육 센터로 태국 방콕, 중국 선전 등으로 확대하며 현지 공조사업 전문가 양성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인도 IPO를 통해 확보할 자금은 현지 생산시설 확충과 R&D 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라며 "IPO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