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로봇·헬스·센서·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삼성 제품과 사업장에 실제로 들어간다. C랩은 실험을 넘어 돈이 움직이는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삼성전자 C랩을 통해 창업에 나서는 과제 참여 임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C랩이 키운 기업은 모두 959곳이다. 사내 423곳·사외 536곳에 이르며 내년 1000곳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12년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C랩은 스핀오프와 아웃사이드를 거쳤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개방형 협력 플랫폼을 자처해왔다. 숫자만 보면 국내 대표 스타트업 육성 허브 수준으로 커졌다.​

최근 변화의 축은 ‘규모’가 아니라 ‘연결’이다. C랩 담당자는 “실패를 용인하는 사내 스타트업 환경에서 시작해 발굴–구현–사업화 선순환을 스타트업과 나누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현장에서는 삼성 공장과 제품에 바로 꽂히는 기술이 얼마나 나오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로봇 센서·수도 플랜트·나노섬유 소재처럼 설비 비용과 제품 경쟁력을 동시에 건드리는 팀들이 대표적이다.​

로봇 센서 기업 에이딘로보틱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촉각 센서를 개발해 로봇 개발과 공장 연마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삼성에서 쓰려던 기존 로봇 센서는 대당 약 1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이 회사 센서를 적용하면 150만원 안팎까지 낮출 수 있다. 원가 구조를 직접 바꾼 사례다

지오그리드는 건물 전체 수도배관을 정화하는 ‘블로스’ 솔루션으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지하수 정화·재활용을 맡았다. 노후 아파트 녹물 문제를 3주 만에 해결한 경험을 앞세워 학교·공공시설·해외 플랜트까지 노리면서 C랩 출신 기술이 환경·ESG 과제 해법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스타트업들도 C랩 효과를 체감한다. 맨땅에 헤딩하던 스타트업이 C랩에 뽑혔다는 사실만으로도 ‘한 번 검증된 회사’라는 인식이 생겨, 투자·사업 협상이 훨씬 쉬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기술이 제품·사업장에 들어가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스타트업은 삼성이라는 ‘레퍼런스’를 얻고 삼성은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구조다. C랩이 단순 지원을 넘어 양쪽 모두의 손익계산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이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C랩의 승부는 숫자가 아니라 그중 얼마나 ‘삼성이 써본 기술’로 남느냐다”라며 “공장과 제품에 바로 들어가는 사례가 쌓이면 C랩이 사내 프로그램을 넘어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