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LG전자 인도법인이 현대차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상장 첫날 주가가 50% 급등하며 시총 18조 원을 기록했다. 국내 본사(13조5200억원)보다 4조원 이상 많다. 작년 10월 상장한 현대차 인도법인이 첫날 5%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어제(14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와 봄베이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했다. (사진=LG전자)

LG전자 인도법인은 어제(14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와 봄베이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했다. 공모가 1140루피(약 1만8200원)로 출발한 주가는 오전 9시 40분 1710.1루피(약 2만7300원)까지 치솟았다. 상승률 50.01%다.

시장 반응은 청약 단계부터 갈렸다. LG전자에는 공모 주식 수보다 54배 많은 청약이 몰렸다. 현대차(2.37대 1)의 23배 수준이다. 청약 자금은 70조8800억원에 달한다. 인도 IPO 역사상 2008년 릴라이언스파워 이후 17년 만에 두 번째 규모다.

현대차는 작년 10월 상장 당시 4조5000억원을 조달했지만 첫날 주가가 5% 넘게 하락했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LG전자는 1조8000억 원을 조달하는 선에서 보수적으로 공모가를 책정했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 최상단인 1140루피로 확정됐다. 기업가치는 12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LG전자는 발행 주식 15%(1억181만5859주)를 구주 매출 방식으로 처분했다.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식 매각만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흥행 배경은 밸류에이션이다. LG전자 인도법인의 주가수익비율은 25배다. 경쟁사 하벨스·볼타스·블루스타(63~68배), 월풀 인도(40배)보다 현저히 낮다. 브랜드 대비 저평가라는 평가가 나왔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인도 시장을 공략해왔다. 시장점유율은 세탁기 33.5%, 냉장고 29.9%, TV 27.5%, 에어컨 20.6%를 기록했다. 주요 제품군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한 것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어제 상장 기념식에서 '인도를 위해', '인도에서', '인도를 세계로' 비전을 밝혔다. 핵심은 현지화다.

LG전자는 다음 달부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마이크로오븐 등 4종의 인도 특화 가전을 순차 출시한다. 신료와 기름을 많이 쓰는 인도 전통 음식에 맞춘 식기세척기도 선보였다. 전량 노이다·푸네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다.

인도는 인구 14억, 경제성장률 6%대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 속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글로벌 기업들도 줄지어 진입하고 있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 일본 스즈키 자동차가 이미 상장했다. 월마트, 아마존, 코카콜라도 상장을 검토 중이다.

증권사들은 LG전자가 구주 매각으로 확보한 1조8567억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아직 재원 활용 방안을 결정하지 못했으나, 성장 동력 확보와 주주환원 모두 자기자본이익률(ROE)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주환원 또는 신사업 강화 등 기업 가치 개선에 쓰일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에 이어 LG전자까지 인도 증시에 입성하면서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CJ대한통운도 인도 IPO를 준비 중이다. 14억 인구 시장 선점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