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부과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관세에 대한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어 대미투자 전략 수립이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모든 브랜드 의약품 및 특허 의약품에 관세 100%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잠정 보류된다. 화이자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약가인하 및 미국 공장 설립에 대한 유의미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브랜드 의약품 및 특허 의약품에 관세 100%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잠정 보류된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서 “미국에 의약품 공장을 짓지 않으면 10월 1일부터 모든 브랜드의약품과 특허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고율 관세 위협을 통해 제약 산업의 미국 내 생산 촉진과 약값 인하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00% 관세 부과 시행이 잠정 보류됐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관세 감면 대상에 포함되진 않은 상태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미국과 이미 최종 무역 협상을 타결하면서 관세 상한이 15%로 확정됐다.

관세 부과 시기가 유예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한숨 돌리게 됐지만 긴장감을 놓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브랜드 의약품 및 특허 의약품 범위가 모호해 언제든 관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부 규정에 따라 원료 의약품도 관세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CDMO 기업들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또한 바이오시밀러를 브랜드 의약품으로 규정해 관세 범위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 100% 관세 부과에 대해 국제 무역 통계 기준인 HS(Harmonized System Code)코드를 공식적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HS코드로는 브랜드의약품이나 특허의약품을 복제약과 구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고 있거나 건설 계획이 있는 회사는 관세 적용이 제외된다. 때문에 기업별로 대미투자 전략을 앞당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공장 건립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소재 플랜트도 인수 혹은 신규 건설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의약품 품목 관세가 확정돼야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M&A 매물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미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미 셀트리온 미국의 관세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마쳤다. 셀트리온은 최근 일라이 릴리와 약 4600억원 규모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소재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달 23일 간담회를 통해 “관세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2년치 재고의 미국 이전, 현지 CMO社 계약 확대 등 중단기 전략에 이어 현지 생산 공장 확보라는 근본적 해결책까지 모두 마련됐다”며 “향후 생산시설 변경과 증설까지 실현되면 셀트리온이 미국 내 공급하는 주력 제품뿐 아니라 향후 출시될 제품들도 일찌감치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는 화이제와 맺은 계약과 같이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상을 통해 최혜국 약가인하와 미국 내 의약품 제조시설 투자 확대를 이끌어 내는데 집중하면서 관세 부과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