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정부가 수도권 지역 대상 부동산 규제 대책을 마련하자 벌써부터 불멘 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집값 급등을 막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의 붕괴와 자산 가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현금이 부족한 직장 새내기와 중산층 이하는 서울을 떠나라는 신호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16일부터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의 집값 과열에 대응하고자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시행된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시, 분당구, 광명, 수원시 영통구 등으로 확대하고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억제하는 내용이다. 주담대를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15억~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묶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지난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자 더 강한 규제를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사실상 시장 구조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자 더 강도를 높인 셈이다. 당시에도 정부는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의 내 집마련만 방해할 뿐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추가 대책 또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지 않다. 일각에서는 대출 의존도가 낮은 현금 자산가 중심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공급 제한과 매물 희소성으로 강남3구·용산구·성동구 등 고급 주거지만 가격이 오르는 초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또 세입자는 선택지가 줄면서 전세에서 반전세,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했다. 거래는 막고 실거주는 강제하며 임대는 제한하는 3중 구조가 거래 위축·임대공급 감소·세입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이른바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들의 시장으로 전략한다는 의미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실제 시장에서는 호가만 남고 거래 기준점이 사라져 평가가 불가능한 ‘가격 블랙아웃’ 상태가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급등을 막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의 붕괴와 자산 가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일본의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처럼 거래 단절은 가격 하락보다 훨씬 길고 회복은 훨씬 더딜 수 있다"며 "거래 단절은 ‘자산 불평등’을 구조화시킬 수 있고 결국 자산 이동성이 있는 상층은 시세차익을 누리고 중산층 이하는 시장 진입 자체가 봉쇄돼 자산 불평등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급없이 반복되는 이번 규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사실상 평범한 가구는 15억 미만 집을 찾아 나서야 하는 데 수요가 몰려 10억 가격 아파트 값이 15억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똘똘한 한채 기조를 강화시키고 결국 입지가 괜찮아 보이는 곳은 더 빠르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중산층 이하는 수도권 외곽으로 떠나라는 신호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단기적으로 관망세가 이어져 지표상으로는 안정되거나 내리는 효과가 있을 지 몰라도 공급이 없이는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금이 있는 사람의 경우 당장 부동산이 안팔린다고 해 급매로 내놓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이어 "수요분산과 공급확대는 단기간에 나오기 어렵고 수요억제 규제는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