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신삼호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있던 지난 26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내건 것으로 추정되는 응원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당시 단독입찰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사업 참여를 결정하는 자리였는데 이날 해당 단지에 "방배 1등 신삼호아파트 재건축사업 업계1등 삼성물산 래미안이 응원합니다"는 현수막이 걸린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업계 1위로서 HDC현산을 응원해주는 품격이라는 해석과 총회 부결을 노리고 '재'를 뿌린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6일 방배신삼호아파트 단지에 걸린 삼성물산 건설부문 추정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6일 HDC현산의 수의계약은 무산됐다. 총 410표 중 찬성 177표, 반대 228표, 기권·무효 5표로 부결된 것이다.

업계 1위의 응원에도 HDC현산은 힘을 쓰지 못했다. HDC현산은 삼성물산 리조트부문과 조경 특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만큼 순수한 응원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다만 건설업계 분위기는 이와 결이 다르다. 먼저 방배신삼호는 조합 내부 갈등으로 유찰을 반복했는데 이 논란 속 거론된 곳이 삼성물산이어서다. 유찰 당시 일부 조합원이 삼성물산 참여설을 제기하면서 조합 내 갈등이 격화됐고 3기 조합장이 해임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삼성물산은 당시 사업참여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습 국면에 들어선 이후 HDC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고 조건이 우수하다는 평가로 수월하게 사업 참여가 예상됐다. 하지만 현수막의 영향인 지 알수없지만 HDC현산은 최상의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계약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담당 사업소에 확인한 결과 확실하게 '아니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참여를 지속적으로 언급한 일부 조합원이 걸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업계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불과 2년 전 비슷한 사례가 존재해서다.

2024년 3월쯤 용산 일대 주택단지에는 삼성물산의 사명을 건 재개발 사업 관련 현수막이 내걸렸다. 내용은 "모아타운 추진을 성원합니다"로, 게시자는 '신뢰의 파트너 삼성물산 임직원 일동'이라고 명시돼 있다. 당시 대형 건설사를 사칭해 해당 지역의 투기를 조장하는 '가짜'로 알려졌지만 알고보니 삼성물산 사업소가 내건 현수막이었다.

당시 삼성물산은 "현수막을 승인한 삼성물산 사업소와 가짜라고 확인한 사업소가 달라 혼선이 발생했다"는 내용으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배신삼호 조합 사태와 이같은 사례가 맞물리면서 삼성물산의 해명에도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는 셈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아니라면 억울할 수도 있는데 지금 가장 충격받은 곳은 HDC현산일 것"이라며 "현수막이 영향을 줬는 지 알수는 없지만 만약 이후 해당 단지에 삼성물산이 참여할 경우 파장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