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2022년 금융권을 충격에 빠뜨렸던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검사 결과 추가 개선사항 5건을 조치하면서다.
우리은행은 이를 계기로 정진완 행장이 취임 이후 강력하게 추진해 온 ‘진짜 내부통제’를 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3일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검사 결과 5건의 경영유의사항을 조치했다고 공시했다. ▲장기근무자 관리 및 순환배치 강화 ▲공문 및 결재문서 점검 강화 ▲통장 및 직인 보관 관리 강화 ▲출자전환주식 보관 관리 강화 ▲자행명의 통장 거래 모니터링 강화 등 개선사항 5건이다.
이번 조치는 2022년 발생한 700억원대 횡령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취약점을 보완하라는 취지다.
당시 기업개선부 차장 전모 씨는 2012년부터 약 8년간 관리자 직인과 문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697억원을 빼돌렸다. 10년 넘게 동일 부서에 근무하며 업무를 독점한 결과였다. 결재 및 직인 관리, 공문 관리, 이상거래 모니터링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1월 종합검사 결과와 함께 횡령 관련 임직원에 대한 징계 조치를 내렸다. 또 사고 발생 원인을 분석해 은행권 전체에 영업점 장기근무 제한, 자금 인출 검증 강화 등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추진하도록 했다.
이번에 통보된 5가지 개선사항 역시 당시 내부통제 혁신 방안에 대부분 포함된 내용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관련 조치를 내부 규정에 반영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경영유의사항 공시는 2022년 횡령 사고 관련 내부통제 개선 사항에 대한 건”이라며 “현재 내부 통제 개선책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700억원 횡령 사고 이후에도 100억원 대출금 유용,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 등 잇단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 1월 취임한 정진완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형식적이 아닌 ‘진짜 내부통제’”를 선언하며 전면적인 혁신에 착수했다. 구호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조직, 제도,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쳤다.
먼저 현장 중심의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했다. 전국 주요 거점 영업점에 ‘3중 현장 내부통제 시스템’을 가동했다. 준법감시 조직 인력도 200여 명으로 확대했다.
성과평가(KPI) 제도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해 과도한 실적 경쟁의 부작용을 막았다. 불완전판매 등 불건전 영업 행위에 대해서는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시행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 고도화도 병행했다. 은행권 최초로 AI 기반 이상징후 검사 시스템(FDS)을 도입해 비정상적인 대출 시도 등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있다. 전국 영업점에 스마트 시재관리기를 전면 도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유일하게 10억원 이상 금융사고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국민·하나·농협은행은 각각 5건, 신한은행은 2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진완 행장은 “관행적으로 처리되던 불합리한 업무를 과감히 개선하고 실효성 있는 '진짜 내부통제'를 통해 신뢰받는 우리은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