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이더랩 대표
상반기 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의 강세와 알트코인의 약세가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은 연초 대비 약 13% 상승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반면 이더리움은 25%, 솔라나는 17% 하락하며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였다. 가상자산 전체 시장의 시가총액은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은 약 64%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흐름은 비트코인이 상승할 때 알트코인들의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흡성대법'으로 불리고 있다.
올해 비트코인의 강세를 주도한 것은 기관들의 자금 유입이었다. 특히 현물 비트코인 ETF 출시 이후 기관 자금이 약 160억 달러에서 많게는 490억 달러(약 20조~63조 원)까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투자자들은 규제 환경의 명확성과 자산의 안정성을 고려해 비트코인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확실성도 비트코인 선호 현상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알트코인 시장은 상반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더리움을 포함한 주요 알트코인과 중소형 토큰은 최대 30% 가까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한 규제 당국이 알트코인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특별한 이슈가 없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과거 DeFi나 밈코인 같은 투기적 시장의 거품이 사라지며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는 추세이다.
알트코인의 부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과거에도 비트코인이 먼저 상승하고 일정 수준에서 자금이 알트코인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2017년 ICO 열풍과 2021년 NFT 및 DeFi 열풍 때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된 바 있다. 현재 비트코인의 점유율이 64%를 넘어서고 있다. 과거 사례처럼 70% 근처에서 다시 하락하게 되면 알트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하반기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 변동과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잘 관찰해 전략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분야도 명확하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서 AI 관련 가상자산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RWA는 실제 자산과 연결되어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미래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레이어2 기술 역시 이더리움과 같은 메인 체인의 확장성을 해결하는 기술로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이 분야들은 단기적 투기성 자금보다 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처로서 하반기 가상자산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