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AIEO 연구가 / 이더랩 대표

2024년 말, 구글은 검색 환경에 본질적인 변화를 도입했다. 동시에 검색의 속도와 효율은 높아졌지만 그 이면에서는 정보 생산자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구글이 도입한 것은 ‘AI Overview’라 불리는 이 기능은 사용자 질문에 대해 다양한 웹사이트의 정보를 AI가 자동으로 요약해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사용자는 링크를 클릭하지 않아도 주요 정보를 상단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영향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글로벌 SEO 분석 플랫폼 Ahrefs에 따르면, AI 요약이 적용된 검색어에서 1위 링크의 클릭률은 기존 7.3%에서 2.6%로 감소했다. 약 64% 하락이다. BrightEdge의 조사 역시 검색 전체 클릭률이 평균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언론사는 더 극단적인 수치를 발표했다. ‘Mail Online’은 AI 요약 기능이 적용된 검색어에서 클릭률이 데스크톱 기준 56.1%, 모바일 기준 48.2% 감소했다고 밝혔다.

변화는 단지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다. 수익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트래픽 기반 광고에 의존하던 정보성 웹사이트와 언론사, 블로그 운영자들이 입는 피해는 실질적이다. 요약된 정보만 소비되고, 원문 페이지 방문이 줄어들면 광고 노출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AI가 활용하는 데이터가 결국 이들 콘텐츠 생산자의 정보라는 점이다.

AI는 학습과 답변 생성을 위해 방대한 웹 콘텐츠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자는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보상이나 유입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정보의 소비는 늘고 있으나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드는 구조다. 정보의 순환 고리가 끊기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검색 플랫폼 네이버도 AI 기반 검색 기능을 준비 중이다. 생성형 AI를 접목한 ‘Cue:’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AI 브리핑’ 기능을 모바일 통합 검색에 도입할 계획이다. 주목 할만한 점은 네이버가 콘텐츠 생태계와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요약 형태로 제공하되,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사용자가 원본 콘텐츠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기술을 통합 검색에 반영하면서도, 콘텐츠 제작자에게 더 많은 트래픽이 분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구글과는 상이한 방향으로,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고 생태계 유지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물론, AI 요약의 영향이 모든 키워드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청바지 브랜드 추천’과 같은 정보성 검색어는 클릭률이 급감하지만 ‘청바지 세일 구매’처럼 상업 목적이 분명한 키워드는 여전히 광고 영역을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 상업적 키워드는 광고 노출이 보장되기 때문에 검색 플랫폼의 광고 수익에는 큰 타격이 없는 구조다.

그렇기에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보 생산자만이 구조적 손해를 입는 현재의 상황이다. 콘텐츠가 줄어들면 AI의 답변 품질도 저하된다. AI는 정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에서 요약하거나 조합할 뿐이다. 콘텐츠 생태계가 무너지면 AI 또한 그 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플랫폼이 책임 있는 방식으로 콘텐츠와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시점이다. AI가 정보를 요약하는 것은 진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보를 만든 주체가 존중받지 못하는 구조라면 그 진보는 결국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AI는 인간의 지식을 확장하는 도구이지, 대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검색의 진화가 콘텐츠의 침묵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AI 기술이 ‘정보 요약’과 ‘정보 제공자에 대한 보상’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공정한 알고리즘, 트래픽 공유 시스템, 데이터 라이선스 모델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검색 플랫폼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력만이 아니다. 그것은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지식 흐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AI 시대에도 정보는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