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올 하반기 수출도 통상환경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2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수출은 전년대비 3.8% 줄어든 3355억 달러, 수입은 2.1% 감소한 3132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4월 ICT 수출액이 189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자료=연합뉴스)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수출이 약보합 수준(-0.6%)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하반기에는 부진이 더욱 심화돼 2025년 연간 수출은 전년대비 총 2.2%(151억 달러) 감소한 6685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 미만 감소(-0.9%)에 그쳤지만 반도체(1~5월 11.4%)를 제외하면 감소 폭이 무려 3.8%에 달했다.

보고서는 미국 관세 인상 대상 품목인 자동차(-2.5%), 자동차부품(-6.1%), 철강(-5.6%) 등의 수출 부진과 저유가로 수출단가가 급락한 석유제품(-21.5%), 석유화학(-10.6%)의 감소세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미 수출(-4.4%)이 급감하면서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4%에서 올해 3.4%(1~4월 기준)로 0.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가올 하반기에도 상호관세 유예 만료 등 대외 무역·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험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올해 세계경제 회복세가 2% 중반에 머물고 연내 세계교역은 역성장(-0.2%)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품목별로는 상반기 견고했던 반도체 수출이 하반기에는 5%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으로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는 유지되지만 PC·스마트폰 등 범용 IT기기 수요가 한풀 꺾이고 D램 등 메모리 단가가 정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출도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해외생산·조달 비중 상승 영향으로 7.1%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철강(-7.2%) 역시 미국 수입관세 인상과 EU(유럽연합)·인도를 중심으로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조치가 강화되면서 수출 부진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석유제품(-19.2%), 석유화학(-4.1%), 일반기계(-3.8%) 등 13대 주력 품목 중 9개 품목에서 하반기 수출 감소가 점쳐졌다. 다만 디스플레이(6.5%) 수출은 아이폰 17시리즈 전 모델의 국내 기업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채택 등으로 일부 업황이 회복되면서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부터는 미국 상호관세 유예 만료, IT(정보기술) 수요 둔화, 환율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 등 상반기보다 더 어려운 수출 여건이 예상된다"며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대내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수출 성장 동력 개발을 위해 AI, 모빌리티 서비스(MaaS),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산업 육성과 지원에 적극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