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LG그룹이 구광모 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선택과 집중’ 기조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발 관세 확대 등 대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기존 주력사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에서 중점 육성 분야인 AI와 에너지 등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관측되는 모습이다. 정부와의 공조 하에 사업구조 전환에 날개가 달릴지 주목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달부터 COO(최고운영책임자)인 권봉석 부회장을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별 투자점검회의를 진행 중이다. 기존 사업에서의 투자 현황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구 회장이 강조한 ‘선택과 집중’ 기조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월 27일 78주년 창립기념일에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그는 그룹의 구조적 위기론을 언급하며 “모든 사업을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성장동력 중심으로의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각 계열사들은 저수익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낸 상황이다. LG전자의 경우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정리하고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 1분기 이익 턴어라운드의 배경 중 하나로 저수익 사업 정리를 꼽았으며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을 지속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최근 1조4000억원에 워터솔루션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1조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사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고 베트남 베트남 하노이 인근 흥옌성 내 LH 산업단지 입주계획도 백지화했다.
대신 그룹 차원에서 ABC(AI·바이오·클린테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힘을 싣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국내에 100조원을 투자하며 그 중 절반을 해당 분야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신규 임원 중 23%를 ABC 분야에서 발탁하기도 했다.
AI의 경우 LG AI연구원과 LG CNS가 핵심 동력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LG AI연구원은 글로벌 유수의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연구성과를 내고 있으며 관련 인재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자체개발 LLM ‘엑사원’은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활용도를 높이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LG CNS도 AI 및 클라우드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꾸준한 외형 성장이 예상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갈 전망이다. 특히 LG AI연구원과의 협력 하에 AI 기반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클린테크 분야에서는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행보가 이재명 정부의 산업정책 기조와도 상당 부분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정책적 수혜를 통해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이 보다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첨단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 17일 LG디스플레이가 OLED 생산 시설에 1조2600억원의 신규 투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한 것이다.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된 기술인 데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이뤄지는 조 단위 투자인 만큼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기조와 보폭을 맞춰가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발 ‘관세 태풍’은 변수로 꼽힌다. 주요 계열사인 LG전자가 직접 영향권에 들어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50% 관세 부과 대상인 철강 파생제품 명단에 냉장고·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 등 생활가전들을 추가했다.
관련해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재명 정부의 통상외교 성과가 이들의 향후 사업 전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긴밀한 민관 공조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