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 12일 이란을 선제 공습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사태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며 업계 우려감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단기적으로는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운임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무역, 물류 등 산업 전반에 직격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진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단기적으로는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운임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미국이 무기 공급을 통한 간접 지원을 넘어 중동 분쟁에 직접 개입하면서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등 확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동 지역이 세계 최대 원유 매장지역이자 세계 원유 생산량의 31%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13일 기준 배럴당 74.23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20일 기준 76.84달러로 올랐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같은 기간 74.23달러에서 77.01달러로 급등했다. 서울 휘발유 가격도 21일 1721원을 넘어서는 등 국내 유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량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이는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로 오는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는데 이곳이 폐쇄되면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란 원유를 공급받는 중국, 인도 역시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유가가 더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둔화 국면에서 유가까지 오르면 제품 수요가 더 억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달러로 원유를 사서 들여오는데 유가가 갑자기 치솟으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제품 수요 둔화와 함께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마진까지 떨어지게 되면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지역을 거쳐 가는 국내 운송업계도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통과하는 곳으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국내 선사들은 이스라엘이나 이란에 직접 기착하지는 않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를 대비해 우회 노선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오르면 매출이 증가할 수는 있으나 유가, 보험료 등 비용이 함께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건설업계도 전체 중동 수출과 수주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에너지 시설 타격에 따른 비용 상승,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국 방위비 증가로 기존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 지연·취소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종합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에너지, 무역, 공급망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