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위기 극복한 신세계건설 둘러싼 우려

모기업 힘입어 부채비율 대폭 낮춘 신세계건설
그룹발 발주 물량↑ 대외 경쟁력 갖춰야 한다는 시각 대두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6.05 10:22 의견 0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드론 도킹스테이션과 드론의 모습. (자료=신세계건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신세계건설 주가는 최근 시장에서 상승세가 뚜렷한 종목 중 하나다. 이는 최근 대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승인 공시 영향이 크다. 다만 본업이라 불릴 수 있는 건설 수주 현황이 좋지 않아 내실을 갖춰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오전 9시 47분 기준 신세계건설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83% 내린 1만2340원에 시장가가 형성돼있다.

최근 이 종목은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6거래일간 연속으로 상승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장중 최고가 1만8650원을 찍으면서 지난해 6월 기록했던 52주 최고가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에서 거래됐다. 1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가 일주일 새 2만원 가까이 거래되면서 한국거래소는 신세계건설을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지정예고를 공시하기도 했다.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해진 것은 대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승인 공시가 나온 이후다.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재무구조 개선과 선제적 유동성 확보를 위해 6500억원 규모의 만기 30년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1분기 기준 시행사에 1조537억원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원화 단기차입금과 기업어음과 같은 단기차입금은 1700억원 규모다. 현금흐름이 좋지 못한 신세계건설이 이번 증권 발행을 통해 당장 급한 불을 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말 807%였던 상황에서 대폭 개선돼 200%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최대주주인 이마트가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신세계 그룹이 지원투수로 여겨지며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 시간 번 신세계건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될까

신세계건설은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미분양으로 악화된 재정 위기를 막을 시간은 벌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부동산 시장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세계건설의 매출 구조 상 실적 개선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신세계건설 분기보고서를 보면 1분기 매출액이 1758억원이다. 하지만 매출원가는 이보다 큰 1825억원이다. 영업적자는 313억원으로 전년동기 131억원에 비해 2배 넘게 손해를 확대했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토목, 주택 건축이 수익 원천이다. 하지만 신세계건설은 건설부문에서 주요 그룹사 상업시설 건설을 주요 매출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그룹차원에서의 발주 물량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발주처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스타필드수원 18.81%, 신세계 11%였다.

특히 2021년과 비교해 꾸준히 상업시설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주거시설과 같은 주택 건축 부문 경쟁력 강화에 있어서도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부분이다. 2021년 상업시설 비율은 57.7%였지만 이듬해 57.8%, 지난해 67.7%까지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주거시설 매출 비중은 34.2%에서 35.3%로 소폭 확대하는 듯 했지만 지난해 23.8%까지 대폭 감소했다.

토목 부문도 같은 기간 3.4%에서 1.9%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2.3%까지 올라왔다. 건설부문과 함께 사업의 한 축을 이루는 레저부문은 4.7%에서 지난해 6.2%까지 소폭 확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건설 수주상황을 살펴보면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 신세계건설의 대부분 공사 납기가 올해와 내년에 마무리되는 일정이다. 건설사들의 매출 곳간으로 일컬어지는 수주잔고가 줄고있다. 올해 1분기 말 회사 수주잔고는 1조9751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1조5026억원의 1.3배에 불과하다. 또 전년 동기 수주잔고인 2조3672억원과 비교해도 20%가량 감소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소 1년 매출, 보통은 2년치 정도는 확보해야 안정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서도 수주하고 바로 착공을 못하는 경우는 제외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그룹발 발주 물량 외로 대외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신세계건설의 숙제로 남는다. 사업장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사업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게건설 관계자는 “올 1분기에 주요 대형 프로젝트 준공으로 매출 규모가 다소 감소했지만 하반기 신규 대형 프로젝트의 착공 예정으로 매출 규모 일정 수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공사 원가(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요소가 존재해 면밀한 사업·현장 관리 등 매출이익 관리에 노력 중”이라며 “이번 자본 확충 등 재무 안정화를 바탕으로 그룹 사업 외에도 수익성을 갖춘 사업들을 수주해 실적 개선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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