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지각변동] ③컬리·11번가·SSG닷컴 IPO 숨 고르기..속도보다 내실

올해 엔메믹과 증시 한파로 이커머스 1호 상장 기업 기대감↓
컬리·오아시스,·SSG닷컴, 무기한 연기..11번가, "연내 상장 목표..시장 예의주시"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7.13 07:00 의견 0
11번가 안정은 사장 타운홀 발표모습 (자료=11번가)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격변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속에서 코로나 이후 공격적인 외형 성장으로 기업공개(IPO)를 선언했던 이커머스 업계가 속도 조절에 돌입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 둔화와 불안정한 증시 상황 등 여파로 제값을 인정받기 어려워진 탓이다. 상장 대신 수익성을 개선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12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IPO를 추진하고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던 컬리와 오아시스가 올해 초 상장을 철회한 이후 올해도 이커머스 1호 상장 기업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SSG닷컴은 지난 2021년 상장을 공식화했으나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통상 상장예비심사는 신청 후 영업일 기준 45일 이내(약 2개월)가 소요되고, 승인을 받으면 6개월 내로 상장이 가능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늦어도 7~8월에는 예비심사를 청구해야 연내 상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올해 연내 상장을 목표했던 11번가마저 상장예비심사 신청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가 상장에 소극적인 이유는 시장에서 원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서다. 코로나 시기와 달리 엔데믹 전환 이후 온라인 시장 성장세는 둔화했고, 세계적인 물가 및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주식시장은 위축됐다. 매출 2조원을 넘긴 컬리는 확대된 적자가 발목을 잡았고, 규모는 작지만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오아시스의 IPO도 좌절됐다.

컬리는 경남 창원시에 ‘컬리 동남권물류센터’를 오픈했다. (자료=컬리)

증시 한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커머스 기업들은 상장 일정을 미루고 수익성 개선 및 신사업 확대 등을 통해 기업가치 올리기에 공들이고 있다.

컬리는 상장을 철회하면서 유상증자를 조달했다. 운영 자금 용도로 홍콩계 사모펀드 등에 1200억원을 투자받아 ‘컬세권’ 전국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컬리는 올해 물류센터를 전국 단위로 확장하기 위해 경남 창원에 ‘동남권물류센터’를, 경기 평택에 ‘평택물류센터’를 오픈했다. 이를 통해 전체 물류 생산성을 지난해 대비 약 20%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컬리의 기업가치가 하락한 건 고질적인 적자 구조 때문인 만큼 당분간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지난해 연간 매출 2조372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매출을 돌파했지만, 영업손실 규모도 2334억원으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다만 올해 1분기는 전년 대비 손실을 절반 가까이 줄인 305억원을 기록했다.

SSG닷컴은 신세계 유니버스 확장의 전방에서 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SSG닷컴은 이달부터 상온상품 익일배송 서비스 ‘쓱원데이(1DAY)배송’을 도입해 기존 새벽배송·당일배송에서 라인업을 확장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자동화 물류시설인 네오(NE.O)센터 3곳와 전국 100여 개 피킹앤패킹 센터를 통해 물류 역량을 높인 바 있다.

SSG닷컴 역시 지난해부터 영업적자 폭을 축소해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101억원 줄인 156억원을 기록했다.

쓱원데이(1DAY)배송 (자료=SSG닷컴)

11번가는 올해 특정 카테고리를 전문화하는 버티컬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회사는 신선식품·명품·중고 등 버티컬 서비스를 시작하고,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숨 가쁜 상반기를 보냈다. 그 결과 거래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픈마켓 사업은 상반기 영업손익이 290억원 이상 개선돼 지난달 흑자 전환했다. 오는 2025년 전체 흑자 전환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11번가 안정은 사장은 타운홀 미팅에서 “지난 1년간 11번가 2.0 전환을 위해 노력한 결과 오픈마켓 사업의 펀더멘털을 강화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상반기 마지막 달,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실적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수익성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오는 2025년 흑자 회사로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1번가의 IPO가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자들과 상장을 약속한 시점인 올해 9월이 다가오자 업계에서는 11번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 등에서 5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는데, 상장하지 않으면 투자금에 연리 8% 이자를 더해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1번가가 IPO가 아닌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번가 관계자는 “목표는 연내 상장이지만, 시장 상황이 안 좋은 데 강행할 이유는 없다. 구체적으로 상장 관련해서 단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시장이 위축돼 있다는 이유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를 받고 있어 지금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시장 상황을 보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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