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은 미국의 봉인가? 한국의 세계전략이 필요하다.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

이병철변호사 승인 2023.03.21 09:08 | 최종 수정 2023.04.12 08:16 의견 0
이병철 변호사


미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방한하여 한미정상회담을 할 때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수십조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환율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한미통화스와프도 거절했고, 좀 더 쉬운 방법인 FIMA(foreign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y)도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즉 바이든 대통령은 현금을 받아 챙겼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어음도 받지 못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혜택(?)을 주는 시늉을 하는 것은 오직 B52 전략폭격기, B1B 전략폭격기, 미7함대 항공모함을 전개하는 것뿐이었다.

오히려 2023년이 되자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현대자동차에게 차별적인 보조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고, 반도체지원법으로 삼성전차, SK하이닉스에게 초과이익환수, 기술유출, 중국거래중단 등 도저히 한국이 감내하기 어려운 착취적 수준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보복전략으로 한국 반도체 등 주요물자의 수입을 통제함으로써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역대급으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초청이라는 립서비스만 받고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전략은 한미군사동맹 및 한미일 삼각협력체제로 새로이 전개되고 있는 신냉전에 대응해야 한다는 막연한 구호를 믿고 안개 속을 과속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미국과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대등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가? 국민들은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심각한 불안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대만과 관련하여 전쟁을 불사한다는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지만 이는 블러핑(bluffing)에 불과하다. 경제정책적인 차원에서 현재 미국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정부의 대중국 보복관세를 철폐하고 협조적인 무역정책을 취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에 대한 보복경제정책을 취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중국 어느 누구도 압도적인 국력 우위를 보이지 않고 있고, 미중 상호간에 반복적으로 보복을 할 있는 소위 ‘반복게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양측은 ‘협조-협조’라는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주장은 이미 게임이론(game theory)에 의해 수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고, 게임이론을 정교하게 대입하여 현재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양측의 세계전략을 분석해 보면 그 결과는 명확히 예측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는 종래 폰노이만, 모르겐쉬타인이 증명한 제로섬게임(zero sum game)을 논제로섬게임(non-zero sun game)으로 발전시켰고 이러한 분석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제로섬게임이란 미․중 양국이 치킨게임처럼 서로 비협조적인 극단전략을 채택하여 양국 모두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내쉬가 입증한 논제로섬게임이란 양국이 반복게임을 하는 상황에서는 각자가 협조전략을 취함으로써 양국이 모두 이익이 되는 평화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미, 중간에는 이와같이 협조-협조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진실인데, 미국은 현재 한국에 대해서는 비협조전략을 취하고 있고 오히려 한국은 미국에 대해 협조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는 미국의 압도적 이익과 한국의 압도적 불이익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강대국이 힘이 약한 인근동맹국을 압박하여 이익을 취하는 전략을 ‘근린궁핍화전략(Beggar my neighbor)’이라고 한다.

위대한 경제학자인 조안 로빈슨 교수(Joan Robinson)는 근린궁핍화전략에서도 게임이 반복된다면 상호간에 협조-협조게임으로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 전제는 미국이 비협조전략을 취할 때 한국도 비협조전략을 취함으로써 반복게임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당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미국에게 강력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내쉬와 로빈슨 교수가 이론적도 실증적으로도 입증한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내시 교수는 이런 표현을 한 바 있다. “그(미국)가 생각하는걸 나(한국, 중국)도 생각한다고 그(미국)가 생각하리라는걸 나(한국, 중국)도 생각한다” 즉 한국이 반복게임에서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미국이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전략’(global strategy) 하에 외교를 하는데 한국도 세계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의 강한 국가이므로 우리는 우리만의 ‘세계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미국의 꽁무니만 뒤쫓는다고 미국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일관되게 취해 온 동아시아 세계전략은 소위 ‘현실주의’노선이다. 국제적인 세력간의 균형(equilibrium)을 중시하는 전략, 즉 게임이론에서 내쉬가 제안한 협조-협조게임을 통해 내쉬균형에 도달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미국의 세계전략을 집대성한 키신저와 브레진스키의 전략이 바로 현실주의 노선이다. 브레진스키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을 보면 1970년대부터 1980년대 미국의 동아시아 세계전략은 중국을 지렛대로 소련을 봉쇄한다는 것이었고, 이는 성공했다. 이러한 미국의 세계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일으키는 것, 거꾸로 중국이 미국(또는 대만)에게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현재 동아시아에서 미․중간의 균형(equilibrium)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우리는 우리의 세계전략을 세우고 미국에게 중국에게 한국의 세계전략으로 맞서야만 한다. 게임이론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미국 또는 중국이 비협조전략으로 나오면 우리 역시 비협조전략으로, 양국이 협조전략으로 나오면 우리도 협조전략으로 기민하게 전략을 변경함으로써 무한히 반복되는 국가간의 게임에서 미국도 중국도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말라. 일본놈 일어나고 되(중국)놈 되 나온다’는 속담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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