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미풍] '투기·사기·횡령' 시그널과 가상화폐(비트코인·이더리움)거래소

이경호 기자 승인 2017.08.29 10:4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경호 기자] 언론은 흔히 "뒷북 행정"이라는 말로 정부를 질타한다. 사설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고 있거나 또는 앞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전문가가 아닌 국민도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 질타는 제대로 된 것이다.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일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뒷북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은 자신들조차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도 '지적질'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사고가 나지 않았는 데 규제를 만들 수 있을까. 경기가 과열되지 않았는 데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 경기과열을 가정하고 금리를 미리 올리는 것은 위험한 '베팅'이다.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선제적으로 정책을 만들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살충제 달걀에 생리대, 조류 인플루엔자, 태풍과 같이 현재 발생하는 사건에 대처하기도 손 발이 모자란다.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 데 미리 규제책을 만드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공무원들은 말 그대로 예측 불가능한 사건의 뒤치닥 거리를 위해 밤을 세다 과로사를 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시장이 앞서 움직이고 정부 정책은 항상 뒤따라가는 모양새가 된다. 물론 언론은 이 구조를 못 마땅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작지만 문제가 발생하고 있거나 또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조차 문제를 염려하기 시작하면 정부의 정책은 늦은 '뒷북'이 될 수 있다. 언론이 이럴 때 흔히 '안전 불감증'이라고 질타한다. '문제의 발생을 알리는 시그널(신호)'에도 반응하지 않는 둔감한 상황을 지적한다.

시그널을 무시하거나 놓치면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에 보내는 시장의 시그널은 국민의 안전,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신호이다. 시그널을 무시하면 국민이 목숨을 잃거나 경제적 곤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뒤늦게 정책을 만들어 봐야 피해가 발생하고 난 뒤 '뒷북'이 되고 만다. 때문에 정부는 시그널을 매일 체크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의무이다.

요즘 가상화폐 시장이 말 그대로 난리다. 이미 투기판이 됐다. 근거 없는 소문에 가상화폐 가격은 수 백 만원씩 급등락한다. 루머에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사설 가상화폐 거래소 한 곳의 1일 가상화폐 거래량은 2조6000억원을 넘었다. 정부가 관리하는 코스닥 거래소의 1일 주식거래 금액(2조4357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 거래소는 얼마전 해킹으로 매매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혀 소송중이다. 국내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도 해킹으로 55억원 어치 금전적 손실을 매매자들에게 입혀 문제가 됐다. 이들 거래소는 외부 해킹이라고 문제의 원인을 설명했으나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일본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 국가이던 시절 당시 세계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유사하게 해킹으로 파산을 했다. 마운트곡스 운영자들은 경찰에 해킹이라고 신고했으나 조사 결과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잦은 거래지연을 서버 폭주 등의 기술적 문제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다. 거래소 운영자들이 차익거래를 위해 거래를 지연시키는 것은 아니냐하는 의혹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불법인 '다단계'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 투자에 접목한 사설 투자모임도 판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시그널을 내고 있다. 투기금액의 규모, 루머에 의한 피해, 불안정한 거래시스템, 유사 수신행위 등. 불법 3종 세트 '투기, 사기, 횡령'의 그림자가 짙다. 정부는 이 시그널들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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