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의 와인 첫걸음] ‘와인의 땅’ 이탈리아, 유럽 와인 문명의 시작

김제영 기자 승인 2022.12.29 14:10 의견 0
이탈리아 와인의 특징을 알아봅니다.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와인의 땅’ 이탈리아는 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입니다. 와인하면 대부분 프랑스를 떠올리지만 유럽의 와인 문명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됐습니다. 로마제국이 유럽 전역을 지배하면서 포도나무를 전파시켰거든요. 기원전 2000년경부터 시작된 이탈리아의 와인 문화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거쳐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오늘날의 와인으로 발전했습니다.

이탈리아 포도원 [자료=픽사베이]

■ 와인을 위한 나라 이탈리아, 오랜 역사와 천혜의 자연

이탈리아에서 와인의 문명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요. 포도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자연환경 덕분입니다. 이탈리아는 산악지형인 북부부터 화산지대인 남부까지 전 국토에 걸쳐서 포도를 재배할 수 있을 만큼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고 해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와 토양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수백 종의 토착 품종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와인 문화가 가장 먼저 발달한 이탈리아가 프랑스에 명성이 밀리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는 이탈리아의 와인 ‘품질 관리’가 프랑스보다 한발 늦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세기 후반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유럽의 와인 산업도 변화를 맞이합니다. 와인 역시 대량생산·대량소비가 시작되는데, 당시 음주 반대운동과 유럽 전역에 퍼진 병충해(필록세라) 등 와인 산업이 시련을 겪으면서 포도 생산량이 줄고 급기야 가짜 와인까지 등장하죠. 이때 프랑스 정부는 1855년 와인 품질규정 ‘AOC(원산지 호칭 제한)’를 도입하고 국가주도로 와인산업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반면 이탈리아는 1963년부터 ‘DOC(원산지 명칭법)’을 재정합니다.

물론 이탈리아는 자국의 와인 문화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명을 키워낸 고대 로마국의 후손이자 와인의 종주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전통과 역사는 현대의 와인 산업과 충돌합니다. DOC 등급체계의 전통 방식에 따른 와인이 현대인의 기호에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이죠. 등급이 낮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는 와인이 속속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산타 크리스티나와 마르케제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자료=와인나라]

■ 전통을 깬 혁신의 와인 ‘수퍼 토스카나’의 등장

수퍼 토스카나는 기존 전통의 와인 생산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로 생산된 와인을 말합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대표적인 와인 산지 ‘토스카나’ 지역에서 탄생했죠. 수퍼 토스카나는 1960년대 DOC 등급체계에서 최하급을 받더라도 대중의 입맛에 맞춘 와인은 생산하기로 마음먹은 몇몇의 젊은 양조자들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최초의 수퍼 토스카나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으나 전통의 방식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최하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성공적이었죠. 최하급의 수퍼 토스카나가 대중의 선택을 받자 전통 와이너리도 수퍼 토스카나 생산을 시작합니다. 등급이 곧 품질이라는 인식이 깨지면서 전통을 고수했던 이탈리와 와인 역사의 혁신을 가져오죠.

결국 수퍼 토스카나는 DOC 제도의 개정을 이끌어냅니다. 1992년 DOC 등급체계는 수퍼 토스카나가 속할 수 있는 IGT등급이 추가돼 총 4등급제로 재편됩니다. DOC 등급체계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DOCG(최상급) ▲DOC(공식 포도 품종) ▲IGT(넓은 원산지의 포도) ▲VDT(지역 명칭 없음)으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현대의 수퍼 토스카나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어요. 병당 백만원이 넘는 와인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아, 참고로 토스카나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산지오베제(Sangiovese)’예요. 피노누아 만큼이나 재배가 까다롭지만 포도재배법이 발달하면서 품질이 높아진 산지오베제는 귀족적인 품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토스카나 전역에서 다양한 품종과 블렌딩한 와인 생산이 생산되고 있어요. 산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늘은 수퍼 토스카나는 아니지만 토스카나 지역에서 자란 블렌딩 와인 ‘산타 크리스티나’를 소개합니다. 이 와인은 이탈리아 전역 어디에서나 마실 수 있는 자국민이 선택한 데일리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등급은 IGT등급입니다.

고급 와인을 찾는다면 ‘마르케제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를 권해요. 등급은 DOCG등급으로 대한항공 유럽노선 퍼스트 클래스에서 제공되는 와인입니다. 두 와인 모두 산지오베제 품종이 높은 비율로 블렌딩된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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