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의 와인 첫걸음] 물 대신 와인을 마시는 나라..스페인 만의 ‘템프라니요’

김제영 기자 승인 2022.12.15 15:15 의견 0
스페인 와인의 특징을 알아봅니다.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와인의 역사가 깊은 구대륙 유럽, 그 중에서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로 와인 생산량이 많은 나라입니다. 품질 역시 이들 못지않은 와인을 만들지만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해외로 수출하는 와인보다 자국에서 소비하는 와인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스페인에서는 맥주나 물만큼 와인이 저렴한 대중적인 음료라고 합니다.

스페인 포도원 [자료=픽사베이]

■ 물처럼 마시는 스페인 와인의 대중성

스페인은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로마시대에 들어 본격적인 와인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와인 산업이 잠시 주춤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서유럽 문화의 중심이 되면서 종교적인 이유로 성당이나 수도원에서 와인을 다시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이 덕에 서유럽이 와인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페인의 포도밭은 세계에서 가장 넓습니다. 그런데 건조한 날씨와 척박한 땅, 빈약한 관개시설 때문에 와인 생산량은 세계 3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게다가 생산하는 와인의 절반 이상은 자국민이 소비한다고 해요. 널리 알려질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죠. 물론 그만큼 와인이 대중화된 덕에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와인의 인지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대중화’ 때문입니다. 와인을 상류층의 고급 음료로 취급했던 프랑스와 달리 스페인은 일반 평민도 음료수처럼 마셨습니다. 프랑스가 와인의 품질을 고급화하고 품질 등급체계를 도입해 관리하는 동안 스페인은 따로 공을 들이지 않은 셈이죠. 물론 현재는 등급제를 도입하고 생산 및 발효기술을 연구해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임페리얼 리오하 그란 레세르바(왼쪽)와 이자디 엘 레갈로

■ 남유럽에서만 즐길 수 있는 토착 품종 '템프라니요'

스페인의 가장 대표적인 와인 산지로는 ‘리오하(Rioja)’ 지역이 있습니다. 리오하는 지도상 프랑스의 보르도와 근접해 있는데 역사적으로도 보르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유는 ‘필록세라’라는 포도나무 해충 때문인데요. 187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필록세라가 전염병처럼 퍼져 유럽의 포도밭이 황폐화됐습니다. 반면 리오하 지역은 피해가 없었고요. 이후 보르도의 와인 양조업자들이 리오하로 이주해 정착하면서 이 지역 양조 기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표 품종은 ‘템프라니요(Tempranillo)’로 스페인의 토착 품종입니다. 약간 생소하지만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레드와인 품종이라고 해요. 물론 대부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템프라니요는 중간 정도의 탄닌과 산도로 딸기·체리 등 베리류의 풍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탄닌이 약하거나 알코올 도수가 비교적 낮게 만들어지는 경우 다른 품종과 블렌딩하기도 합니다. 오크통 숙성을 거쳐 복합적인 풍미를 더하기도 하죠.

오늘의 추천 와인 역시 모두 리오하의 와인입니다. ‘임페리얼 리오하 그란 레세르바’는 지난 2013년도 스페인 와인 최초로 와인업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매거진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1위를 기록했던 와인입니다. 스페인의 숙성 등급 중 최고 등급인 그란 레제르바(오크통 숙성 포함 총 5년 이상의 숙성)로 복합적인 풍미를 자랑하는 블렌딩 와인입니다.

스페인의 대표 품종을 맛보고 싶다면 ‘이자디 엘 레갈로’가 있습니다. 100% 템프라니요로 담은 이 와인은 검붉은 체리 같은 과일의 향과 오크의 풍미가 조화롭고 가벼운 산도를 가졌습니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높은 수령의 포도밭의 포도를 선별해 제조한 프리미엄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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