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운명, 이번주 분수령..계약 파기 수순 밟나

박수진 기자 승인 2020.08.09 11:25 의견 0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자료=아시아나항공)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제시한 계약 이행 기한(11일)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이 이번주 분수령을 맞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실사를 요구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과, 현산의 계약 이행 및 대면 협의를 촉구하는 금호산업·채권단 사이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매각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오는 11일을 계약 이행 ‘데드라인’으로 보고, 다음날인 12일부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신고가 완료돼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됐다는 게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주장이다.

현재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에 인수 의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대면 협의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반면 현산은 아직 선행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보고 12주간의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의지가 있다고 수차례 밝히면서도 대면협의에는 응하지 않고, 보도자료나 공문으로 일방적 입장만을 전달하고 있어 인수의 진정성에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같은 행위는 거래종결 절차를 지연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거래종결이 지연되거나 계약이 파기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라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거래를 지연시키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HDC현산은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M&A)에서 거래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위해 자료와 입장의 전달은 공식적인 문서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금호산업의 부실경영과 계약 불이행으로 초래됐다”면서 12주간의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데드라인이 지났다고 해서 금호산업이 당장 계약 해지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약이 파기될 경우 금호산업은 당장 구주매각 대금으로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계획에 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결국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 무산 사례처럼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도 무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은 거래 종결 시한(7월 15일)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이후 일주일 뒤인 지난달 23일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현산 측의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금호산업도 오는 12일 계약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재차 통보하고 이후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계약 해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매각 무산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은 내부적으로 매각 무산에 대비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당초 세웠던 구주 매각대금을 이용한 자금 운용 계획을 수정하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은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 중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지난 3일 간담회에서 “매각이 무산될 때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시장 안정 도모 및 유동성 지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경영 안정화 후 자회사 처리, 분리 매각 등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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