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한전KDN 매각 불발..김동철 사장, 위기관리 시험대

1분기 흑전 관측..200조 부채 해소 역부족
중동 리스크·고물가 속 전기료 인상 안갯속
‘민영화 논란’ 부추긴 한전KDN 지분 매각 철회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4.22 10:50 | 최종 수정 2024.04.23 13:24 의견 0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2024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한전)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민영화 논란부터 중동 리스크와 치솟는 물가 부담까지 복잡한 현안을 떠안았다.

전기료 인상을 둘러싼 여론이 싸늘한 데다 경영난 해결을 위한 자회사 지분 매각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노조와 정치권의 반대표를 의식한 매각 불발설이 피어오르지만 김 사장의 합리적인 자구책 마련과 신뢰 회복은 과제로 남았다.

23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영업익 3조5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와 비교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은 23조4000억원으로 8.5% 늘어날 전망이다.

한전의 실적 개선은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화했다. 같은 해 상반기 단행한 전기료 인상 효과와 역마진 구조 탈피, 에너지 가격 인하로 3분기와 4분기 영업익이 각각 1조9966억원, 1조884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호재에도 200조원을 웃도는 부채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한전은 최근 3년간 국제유가 진정세와 전기를 팔수록 손해보는 역마진 구조로 영업손실 43조433억원을 떠안았다. 지난 2020년 112%였던 부채비율도 작년 말 기준 543%까지 불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재무 위기의 근본적 처방으로 꼽히는 전기료 인상은 한전의 흑자로 명분이 희석되고 있단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물가 상승과 중동 리스크 고조로 유가 상승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가 한전의 경영정상화보단 민생안정에 정책 초점을 둘 것이란 시각이 많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중동 불안 고조로 거시경제・금융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물가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에 유의해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전 본사 전경. (자료=한전)

■ 한전KDN 지분 20% 매각 추진..헐값 매각·민영화 수순 비판

김 사장이 돌파해야 할 또 다른 난관은 자회사 매각을 둘러싼 ‘민영화 논란’이다.

한전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한전KDN 증시상장을 통한 주식매각 계획과 구 마장자재센터 부지 매각 등 2건의 안건을 상정했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우선 자회사인 한전KDN에 대한 지분 100% 중 20%를 매각하기로 했다. 마장자재센터 부지는 실거래가가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한전KDN 지분 매각 관련해 불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정부 지분이 51%인 공기업이라 자회사 매각으로 민영화를 논하기엔 오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전산업노조연맹과 한전KDN 노조는 이를 두고 ‘헐값 매각’이라며 전력 민영화 수순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도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현재 주식시장에서 한전KDN 지분 20% 가치는 약 800억원 상당으로 헐값 평가된다”라며 “지금 매각해도 한전 총부채의 0.05% 수준이라 유동성 확보에 도움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단독 소유·고배당의 이점이 사라질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종섭 한전KDN 노조위원장은 “전력은 정치를 벗어나야 한다”며 “선진국들은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40년 이상이라는 시간 투자로 에너지 전환을 수행하고 있고 진정한 전기 에너지 정책은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더욱이 한전KDN은 최근 3년간 한전에 배당이익 2158억원을 지급해 왔다. 때문에 일부에선 “윤석열 정부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전력산업 민영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김 사장은 한전 사상 첫 정치인 출신 사장으로서 전기료 인상 필요성을 선명하게 피력하고 합리적인 자구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재무개선안을 향한 싸늘한 여론과 경기 위축이라는 암초를 극복하고 경영정상화를 꾀해 신뢰를 회복할 지 주목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상반기까진 앞선 전기료 인상 등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정치권에서 최근 고물가 상황을 의식해 2분기 전기료를 동결했고 하반기도 장담할 수 없다”며 “인건비나 매각으로 재무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요금 인상 없이는 흑자 유지를 비롯해 근본적인 재무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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