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코스피가 반도체 등 주도주 랠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 상승장을 이끌던 은행주가 최근 지수 급등세에서 소외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번주부터 본격화하는 3분기 실적 시즌을 기점으로 은행주의 배당과 실적 모멘텀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은행지수는 지난달 24일 1231.19에서 이달 24일 1216.62로 14.57포인트(약 1.1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3472.14에서 3941.59로 13.52% 급등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최근 코스피 랠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와 일부 2차전지주에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주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주는 투자 수요에서 소외됐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지속, 원·달러 환율 급등 등 대외 여건 악화, 금리 상승기 이후 순이자마진(NIM) 피크아웃 우려 등이 겹치며 은행주 투자심리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랠리에 따른 피로감과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단기 조정 구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의 눈은 이번 주로 예정된 주요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 발표로 향하고 있다. 실적과 배당 모멘텀이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오는 28일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9일 우리금융지주, 30일 KB금융지주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총 5조221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4조9778억원) 대비 0.89%(443억원) 증가한 수치다.
금융지주별 3분기 순익 전망치는 KB금융이 1조5618억원으로 가장 높다. 이어 신한금융 1조3727억원, 하나금융 1조694억원, 우리금융 1조182억원 순이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예상보다 NIM 하락폭이 완만했고 견조한 대출 성장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계부채 규제로 인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오히려 마진 방어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은행주 투자의 핵심 매력인 주주환원 확대도 긍정적 요인이다. 증권가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은행들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은 단순한 호실적보다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주주환원 강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도 호재다. 배당소득에 대해 별도 세율을 적용해 기존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 49.5%) 대비 세금 부담을 대폭 경감시키는 것이 골자다.
세제 혜택을 받게 될 투자자들 입장에선 고배당주, 특히 대표적인 고배당 업종인 은행주에 투자할 유인이 커진다. 금융지주들 역시 배당성향 25% 이상 등 분리과세 요건을 맞추기 위해 배당성향을 적극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각각 28.9%, 27.2%로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23.6%, 24.4% 수준으로 배당성향 조정이 필요하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상대 PBR(주가순자산비율) 측면에서 한국 은행주는 여전히 멀티플(주가배수) 상승 여력이 크고 주주환원율 추가 상승에 대한 신뢰감도 높다”고 평가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주환원 모범생인 은행계 금융지주들의 모멘텀은 아직 남아있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감액배당이 화룡점정을 찍어 은행주가 국민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