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체결하면서 노사 갈등을 봉합했다. 우리금융그룹으로 인수된 후 첫 번째 문턱을 넘기자 두 생명보험사 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우선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최근 노조와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했다. 매각 격려금 지급에도 합의한 두 생보사는 본격적인 실적 개선·자본 효율화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임단협 협상을 먼저 마무리한 곳은 동양생명이다. 임금 4.7% 인상과 격려금 기본 500만원에 근속연차별로 140~270%를 더해 지급하기로 했다. 임단협 협상과 격려금 지급을 둘러싸고 총파업까지 거론됐지만 추석을 앞두고 합의에 성공한 것이다. ABL생명 역시 임금 4% 인상과 격려금 10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두 생보사는 지난 7월 우리금융그룹으로 인수된 지 두 달 만에 노사 갈등을 해소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사 통합 논의에 추진력이 붙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통합 생보사 상표로 추정되는 ‘우리라이프’, ‘우리금융라이프’ 등의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하지만 당장은 실적 개선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상반기 순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은 868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7.1% 급감했다. ABL생명의 상반기 순익은 454억원으로 같은 기간 29.3% 줄었다.
특히 동양생명의 경우 신용정보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리스크도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달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과징금은 1400억원으로 이는 작년 수입보험료의 3% 수준이다.
이에 동양생명은 이달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건강보험 상품을 2종 선보이며 보장성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1일 출시된 ‘우리WON하는보장보험’과 ‘우리WON하는 간편한보장보험’은 갱신형 상품으로 설계돼 보험료 납입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ABL생명은 기존 건강보험 3종에 특약 10개를 신설하면서 상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추가된 특약은 고령층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고혈압, 당뇨 등에 대한 보장으로 구성돼 있다.
건전성 회복에도 힘을 싣는 모습이다. 동양생명의 1분기 지급여력비율(K-ICS)은 127.2%를 기록하면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하회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2분기 말에는 177.0%까지 끌어올렸다. 현재는 서울 종로사옥을 포함한 부동산 자산 9곳 매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대금은 2000억원 수준이며 자본 효율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활동으로 풀이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으로 인수 후 가장 큰 관건이던 임단협 협상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 실질적인 수익 개선 활동에 나설 것 같다”며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보험계약마진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