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정부가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이면서 건설사들이 현장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련 업계는 초기 막대한 비용 지출을 감당해야 하지만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면서 실업난이라는 또다른 사회 문제를 우려했다.
건설현장.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일부 건설사들은 현장 인력을 최소화하는 자동화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취지로 초기 비용이 소요되지만 안전 사고를 줄일 수 있고 공사기간도 단축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자동화 기술은 사전에 설계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로봇과 기계가 작업을 수행한다. 벽돌 쌓기와 철근 조립, 3D프린팅 기술 등은 공사 효율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작업이다. 현재는 주로 위험 작업을 대체하는 용도로 쓰이지만 정부의 강도높은 규제로 적용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건설사들이 자동화 확대를 눈여겨 보는 배경은 지난 1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 때문이다. 기업에서 연 3명 이상이 사망하면 영업이익의 5% 이내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중대재해 반복 발생 시 영업정지·인허가 취소 등이 담겼다.
건설사들은 안전한 환경을 독려한다는 취지의 과징금 등은 이해하지만 중대재해 반복 발생은 현장을 외면한 조치라고 발끈하고 있다. 가령 건설현장은 일반적인 같은 공정을 반복하는 공장과는 다르게 모든 현장이 모두 새로운 환경으로 언제든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 근무자의 건강, 컨디션, 날씨, 현장 난이도 등 다양한 요소가 상존해 선진국 대비 더 강화된 예방조치를 시행해도 막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현장은 식료품 공장 등과는 다르게 모든 현장의 환경이 다르다"며 "정말 운이 나쁘게 각각의 현장에서 사고가 한번씩 나면 반복된 사고로 본다는 것인데 모든 건설사들을 문닫게 한다는 조치"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급하게 공사하는 것을 막겠다며 적정 공사비와 공사기간 산정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건설 현장을 외면한 반쪽 조치로 평가된다. 시장 구조상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짧은 기간에 완성하는 것이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공기가 늘어나면 그만큼 인건비 증가 등으로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데 수도권 외 지역은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건설사 입장에선 현장 인력을 줄이는 자동화 시스템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동화 시스템이 확대되면 안전 뿐만 아니라 정밀한 공사도 가능해져 미래 경쟁력 측면에서도 장점으로 꼽힌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이번 정부 조치로 자동화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며 "현장을 관리감독하고 기계를 컨트롤할 인력 외 단순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