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이 오는 8월부터 일부 상품의 예정이율을 인하하기로 했다. 저금리 시기 역마진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다.

예정이율 인하를 확정한 손해보험사의 보험료는 다음 달 5~10%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본사 (사진=각사)

3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내달 1일부터 장기보장성보험 상품의 예정 이율을 0.25%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KB손해보험도 5.10.10 건강보험을 비롯한 일부 종합형 상품의 예정이율을 3.50%에서 2.75%로 낮춘다.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은 예정이율 인하를 고민하고 있다. 정확한 인하 수준과 시점·대상 상품군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현대해상과 흥국화재는 다른 손보사들과 달리 예정이율 인하 없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영해 얻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익률이다. 보험사는 예정이율 등을 고려해 보험료를 산정하게 된다. 업계에선 예정이율 인하로 관련 상품의 보험료가 다음 달부터 5~10%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료 변경을 앞둔 만큼 영업 현장에서는 기존에 배포된 서류를 회수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마이헬스파트너와 NEW내돈내삼 등의 상품 청약서를 내달부터 사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KB손해보험도 전 상품에 대한 청약서를 이날까지 회수하기로 했다.

대형 손보사의 예정이율 인하 배경으론 저금리 환경이 꼽힌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보험금을 운영해 얻는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두 차례에 거쳐 기준금리를 0.5% 인하했다. 이달에는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인하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에 자칫 역마진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손보사들은 올해 들어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실적을 먼저 발표한 금융지주계열 손보사 중 하나손해보험과 신한EZ손해보험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작년 대비 각각 20억원, 97억원 증가했다. 지주계 손보사 중 가장 규모가 큰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5581억원으로 같은 기간 2.3% 감소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주요 손보사들도 대부분 작년에 미치지 못한 2분기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NH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상장 손보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한화손보)의 2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을 각각 1조3844억원, 1조3986억원으로 전망했다. 두 증권사 모두 작년 대비 약 15% 감소할 것 같다는 분석이다.

손보업계의 상반기 부진에 대해선 보험손익 감소가 주원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리 추가 인하 시 실적을 지탱해 온 투자손익마저 위축될 수 있어 수익성 방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상승하던 시기에는 손보사들이 예정이율을 인상하기도 했다”며 “다만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후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역마진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 예정이율을 낮추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