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최근 건설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사고가 이어지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로 이른바 레고식 건설(모듈러 공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계의 최대 현안인 친환경 기조에 부합하면서도 현장 작업량을 최소화 해 사고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외벽부터 내부 구조까지 전 과정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 도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GS건설의 폴란드 자회사 단우드가 공급중인 목조 모듈러 주택 (사진=GS건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조립식 콘크리트(프래키스트 콘트리트 공법·PC공법)로 제작한 공동주택 건설과정을 소개했다. 해당 영상은 해당 채널에서는 이례적으로 이날 오전 기준 43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내용을 보면 최고 30층까지 PC공법으로 건설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 영상에서 시공은 2층으로만 이뤄져 있지만 실제 계획된 높이까지 가능하다는 게 GS의 설명이다.
공사 과정은 저층부 필로티와 한층의 여러 세대가 배치된 주동의 형태를 갖춘다. 이후 코어구조를 올리고 수직 부재인 기둥을 세운다. 그 기둥 위에는 보를 얹은 다음 수평으로 펼쳐진 바닥이나 천장을 구성하는 판 구조체인 슬래브를 깔게 된다. 외벽을 커튼월(강철로 기둥을 세우고 유리로 벽을 세운 건축 양식) 부재로 덮어 감싸면 한층이 뚝딱 만들어진다. 외부(공장)에서 다 만들어진 부재로 현장에서는 조립과 접합만을 수행하는 시공법으로 공동주택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GS건설 관계자는 "PC공법은 품질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미래 건축의 핵심"이라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적용을 통해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됐다는 평가다. 이미 유럽이나 일본 등 해외선진국에서는 PC공법을 사용하고 있고 특히 네덜란드와 미국에서는 40층 이상 고층 건물을 PC공법으로 지어진 사례가 존재한다.
현장 공정이 단순하고 고공 작업이 줄면서 추락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골조 공사 기간 단축과 건설 폐기물 감소 및 탄소 저감 등의 이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추세와 맞아 떨어진다.
이에 뒤질세라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또한 모듈러 공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장 작업 최소화와 안전 확보, 공사기간 단축, 시공 품질 개선 등을 목표로 여러 부위에 대한 OSC(off-site construction·공장에서 하는 시공)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옥탑 철골 모듈러 기술과 지하 주차장 PC화, 지하 외벽 부위 기술은 이미 현장에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대우건설은 주거 공간까지 OSC 기술 적용을 확대해 현장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도 최근 '래미안 넥스트홈' 테스트베드에서 욕실과 화장실, 주방 등 수전이 필요한 공간에 적용한 모듈러 기술을 선보였다. 벽과 기둥이 없는 '무지주 대공간' 확보를 위한 라멘구조와 맞물려 주거공간 어디든 입주자가 원하는 대로 모듈러 구조물을 배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타일 작업과 구배 확보 등 수십여 가지에 달하는 기존 공정과 달리 생산 공장에서 욕실과 주방을 미리 제작해 품질과 공정을 단축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모듈러 욕실을 일부 아파트단지에 적용해 실용성을 확인하는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2030세대 비율은 15%에 불과할 정도로 노령화 추세에다가 또 외국인 노동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소통과 안전 문제에서도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근 추세에서 PC공법과 같은 기술 도입 확대는 불가피한 시점이고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도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