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최근 공기업을 중심으로 장애인 체육 선수 채용이 늘고 있지만 2년마다 사람을 바꾸는 형태여서 '고용안정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애인 선수 채용은 기관 입장에서는 이미지 홍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장애인고용률도 채울수 있지만 피고용인 입장에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아 이른바 '뺑뺑이(돌려막기)' 신세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애인 체육 선수 채용시 고용안정성을 위해 '무기계약 의무 조항'을 넣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꿈더하기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열리는 발달장애인 일자리 현장 간담회에 앞서 종사자들의 작업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강원랜드, 한전MCS는 최근 장애인 체육 선수 채용에 적극적인 공기업이다.
형식적으론 우리나라 장애인 체육 시장이 열악한 상황에서 이들의 모습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장애인의무고용에 대한 법적 제재로 이용하는 측면이 존재한다는 게 장애인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은 장애인 의무고용률(2024년 기준 3.8%)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시장형으로 분류되는 공기업의 경우 장애인 채용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고 현재도 일부 기관들은 여전히 장애인고용률을 채우는 대신 고용부담금을 내는 실정이다.
장애인단체 등은 장애인 체육 선수 채용도 이같은 측면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조화로운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관 홍보에 활용할 수 있고 장애인고용률도 채울 수 있는 등 사회적 비판에서 자유로운 장점을 택했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장애인을 채용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장애인의무고용률은 사실 최소한의 기준이지만 이 마저도 제대로 안하는 공기업들이 노력을 한다는 측면에서다.
반면 장애인 체육 선수 채용이 기존 장애인 채용률과 구분되지 않아 일반 장애인들은 그만큼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비장애인의 일반적 채용은 2년이 경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만 체육 선수 등은 현행 법상 전환 의무가 없다.
실제 무기계약근로자 규정을 보면 국민체육진흥법상 선수와 체육지도사 업무 등에 종사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2년을 근무해도 무기계약 전환 의무가 없어 사실상 단기일자리에 그치는 셈이다. 장애인고용공단 내부에서도 장애인 체육 선수들이 2년마다 뺑뺑이를 돌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공기업 간 2년마다 소속된 체육선수를 돌려막으며 장애인고용률을 채울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언급된 대로 고용부담금을 내는 게 더 유리하다고 보는 공기업들이 많아 이마저도 안하면 갈 곳 없는 장애인들이 더 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예산처가 발간한 '2025 대한민국 공공기관' 분석 보고서를 보면 언급된 공기업 중 한국전력과 강원랜드는 각각 지난해 장애인고용부담금 11억6500만원과 2300만원을 부과받았다.
장애인 단체 한 관계자는 "장애인 채용을 사회적 책임으로 보는 시각보다는 법적인 책임이 따르는 그저 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수년간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면서까지 버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의 장애인 체육선수 채용이 진심이라면 계약서 상 2년후 무기계약 전환 등의 근거를 남기거나 장애인고용율을 초과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장애인 현실을 고려한 국민체육진흥법의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