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 및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시중은행들이 전자지갑 서비스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결제 기능을 넘어 신분 확인, 공공 서비스, 생활 편의 기능을 통합한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디지털 화폐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모바일뱅킹앱 내 전자지갑 서비스를 개편했다. (이미지=각사)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9일 대표 플랫폼 KB스타뱅킹 내 ‘지갑’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는 지난 2023년 디지털지갑 서비스 ‘KB월렛’을 ‘국민지갑’으로 명칭을 변경한 이후 생활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새롭게 개편된 ‘지갑’ 서비스는 QR결제, 제로페이, KB Pay 등 간편결제 서비스와 건강보험QR 등 신분 확인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한다. 마치 실제 지갑에서 카드와 신분증을 꺼내 사용하는 것처럼 고객들은 KB스타뱅킹 홈 화면에서 결제 및 신분 확인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추후 도입될 ‘모바일 신분증’ 기능까지 ‘지갑’ 서비스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어서 사용자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18일 ‘원더월렛’을 전면 리뉴얼한 ‘우리WON지갑’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우리WON지갑은 총 20여 종의 생활 밀착형 편의 기능을 제공하며 기능과 구성을 대폭 강화했다.
우리WON지갑은 사용자의 이용 패턴과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와 지갑 꾸미기 기능 등을 도입해 사용자 경험(UX)을 한층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 디지털배지(자격·경력증명), 스마트항공권, 스마트패스, 쿠폰 보관함 등 실생활 기반 서비스는 물론 행정안전부의 ‘디지털서비스개방’ 기반 공공서비스까지 새롭게 탑재했다.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전자지갑 서비스 재정비에 나선 것은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한강’을 통한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실증 테스트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시중은행들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디지털화폐 실거래 환경에서 전자지갑 서비스를 실제로 활용하고 검증해왔다.
은행들은 모바일뱅킹 앱 통해 일반 이용자를 모집하고 참여자들이 자신의 은행 예금을 ‘예금 토큰’으로 전환해 전자지갑에 충전하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충전된 예금 토큰을 이용해 지정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QR코드 결제 등으로 실거래를 진행하며 결제 속도, 편의성, 기존 간편결제와의 차별성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이를 통해 은행들은 디지털 화폐가 대중화될 경우 전자지갑이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통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시중은행의 전자지갑 서비스 재정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이 직접 발행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지갑 서비스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디지털 화폐의 간편한 관리 및 결제 수단은 물론 NFT(대체불가토큰), 전자증명서, 멤버십, 쿠폰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연계한 통합 금융 플랫폼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테이블코인과 CBDC를 활용한 국경 없는 송금과 실시간 결제를 통해 글로벌 송금 및 결제 서비스의 혁신도 기대된다. 공공 및 사회복지 서비스와 연계해 디지털 바우처 발행 및 관리 자동화, 복지·교육·문화 바우처 등을 디지털 지갑에서 손쉽게 사용하는 기능도 추가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의 전자지갑 서비스는 모바일신분증, 전자문서 서비스에 집중되고 있지만 디지털 화폐가 대중화되면 전자지갑이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나 CBDC가 어떻게 반영될지 은행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