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테이지] 시로 마음 열다..뮤지컬 '난설' 삶을 바라보는 힘

이지은 기자 승인 2019.08.02 12:24 의견 0
뮤지컬 '난설' 공연장면. 배우 백기범, 정인지, 안재영 (자료=이지은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지은 기자] "시를 아는 것이 곧 마음을 아는 것이다."

따뜻함. 공연을 본 전체적인 느낌이다. 조선 최고의 여성 시인 허초희. 그를 알아본 스승과 아우 세 사람은 검은 붓이 쓴 시는 곧 사람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바라보게 만든 이유다.

극 초반 이달 역을 연기하는 배우 유승현이 노래하던 '달과 눈이 내리는 밤'의 넘버가 오랜 기억에 남는다. '세상을 안아주던 사람' '그대와 내가 그린 그곳'이라고 말하는 이달의 목소리. 그 뒤로 등장하는 허초희와 대비되는 허균 모습에 절절함을 더 한다.

실제 극의 대다수 넘버를 채우는 가사에는 허난설헌(허초희)의 시를 잘 녹았다. '견흥' '유선사' '죽지사' '가객사'를 만나볼 수 있다. 앞서 뮤지컬 '리틀잭'으로 호흡을 맞춘 다미로 음악감독과 옥경선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노래는 슬플 땐 슬프고 행복할 땐 흥겨운 강한 음악적 색을 톡톡히 보여줬다. 지난 7월 23일 열렸던 프레스콜에서 다미로 음악감독은 "전체적으로 시적인 부분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한 것이 이해된다.

'난설'은 광해군 10년 허균이 역모죄로 끌려와 처형되기 전날 밤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선이 낳은 최고의 여성 시인 허초희와 그의 스승 이달을 떠올리는 허균으로부터 시작된다. 조선시대 중기 여성이라는 존재만으로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못하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허초희는 여성으로서 세상에 다가선다. '시'를 통해 말이다. 그가 보여준 명확한 방향성은 작품을 보면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갈망. 그저 남들과 똑같은 여성처럼 살지 않겠다는 허초희의 외침은 강했다. 그런 누이를 지키고 싶어 한 허균의 간절함 또한 보는 이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무대 위는 하얀 도화지를 연상시킨다. 허초희가 말하는 대로 연출되는 영상 효과가 시각을 자극한다. 또 100분의 공연 시간 동안 우리 한국적 가락에 취하게 된다.

'난설'은 오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콘텐츠 그라운드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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