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日 교만이 수출 갈등 핵심.."정의가 힘보다 힘 세다"

-홍진우 독자의 반론에 답 함..사태의 본말 바로 바라봐야

김재성 주필 승인 2019.07.19 15:03 | 최종 수정 2019.07.21 17:37 의견 31
 

[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7월 11일자 본인의 ‘국격 무너트린 일본의 수출규제’란 제목의 글에 대해 독자 홍진우 씨가 반론을 제기했다. 본지 7월 16일자 ‘문 정권 옹호는 본말전도’라는 제목의 홍진우씨의 반론은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고 막무가내로 현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우파 지식인 및 보수언론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기에 재반론의 필요성을 느낀다.   

홍진우 씨의 주장은 “이게 일본에서 먼저 시작한 것인가? 이 사태의 본질은 국가 간 합의를 현 정권이 무시한 데 있다” “국제간의 외교무대가 꼭 정의로워야 하는 것인가? 대안 없이 분쟁을 일으킨 문재인 정부야 말로 외교의 본말을 모른다"로 요약된다. 

우선 홍진우 씨의 주장은 전제와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다. 이 사태의 본말은 ‘누가 먼저냐’에  있지 않고 또 현 정부가 먼저 시작한 것도 아니다. 발단이 된 대법원 판결이나 화해치유재단 해체도 현 정부의 자의적 개입에 의한 것이 아니다. 홍진우 씨의 오류는 사안을 통시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현 정부 때 발생한 사건에 국한해서 그나마 편견에 오염된 시각에서 오는 오류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발생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개괄적 이해가 필요하다.    

1945년 8월 15일 기준 재일본 조선인 징용노동자는 21만명(현재 생존자 900명)에 달한다. 여기에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는 동북아 일대에서 5만에서 수 십만명에 달하며 그 중 한국인이 가장 많다. 일본은 이들의 명예회복과 당시 동경은행에 예치했던 천문학적인 액수의 예금 및 미지급 임금 및 손해배상을 70년 넘게 외면하고 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다 해결이 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65년 협정에 준한 한국정부의 두차례 보상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 3명이 1997년 오사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2003년) 대신 한일협정과 징용공들의 손배소는 별건이라는 소득을 얻었다. 다른 4명이 2005년 국내 법원에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 패소, 대법원 파기환송, 고등법원을 거쳐 다시 대법원에 접수된 것은 2013년 8월이다. 소제기 13년 만인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이 <각 1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돼있던 5년 동안 아베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집요하게 미봉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부당한 재판개입 혐의로 당시 대법원장이 구속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안이 이러한 데 현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개입해서도 안 되지만 할 수도 없었고 하지도 않았다. 그대신 한일협정 보상으로 혜택을 본 한국기업과 노동자들을 고용했던 일본기업이 1+1로 배상기금을 만들자는 안을 제시했다. 이러함에도 무역보복의 칼을 뽑은 일본의 교만이 문제의 핵심이다.

일본은 “한국이 신뢰를 깼다”고 말하고 한국의 우파 지식인과 보수 언론은 “전 정부의 것은 다 뒤집다가 이렇게 됐다”고 맞장구를 치는 화해치유재단 폐기를 보자. 이 문제 해결의 핵심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이다. 그러나 일본은 해방 후 70년 동안 “강제동원 아니다”를 고수하고 있다. 사과는 당연히 없다. 사사까와 재단을 앞세워 천문학적인 돈을 뿌리는 로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 시각도 한국정부와 같다.

이문제 해결을 위한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의 산물인 ‘화해치유재단’은 일본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한 대신 ‘재론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는 일본의 ‘강제동원 없었다’는 기정사실화를 의미한다. 이 안은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 정부의 사과가 없는 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피해자들을 응원하는 시민사회도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이런 일련의 실정이 쌓여 박근혜 정부는 촛불민심의 저항을 만났고 탄핵으로 붕괴되었다. 이 와중에 화해치유 재단 이사들도 하나 둘 사임, 결국 이름만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혁명적 상황에서 인수인계도 없이 출범한 정부다. 그렇지만 2016년 10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 일 군사정보 보호협약을 그대로 승계했다. 본인이 야당일 때 반대했고 지지 세력인 재야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했던 협약을 정부 간 공식협약이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다.

“일본은 치밀하게 준비한 100개의 카드가 있다. 그 첫 카드로 우리 경제의 가장 아픈 곳을 때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위 글과 말들은 제 3자의 관전평인가 아니면 우리 정부더러 빨리 항복하라는 건가? 막무가내로 팔이 안으로 굽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사안의 본질과 지엽은 구별해야 지식인이고 바른 언론이다.

홍진우 씨 말마따나 국제외교에서는 힘이 정의를 앞선다. 그래서 “강제동원 아니다. 사과는 없다. 돈은 준다(10억엔)” 이것을 ‘화해 치유’랍시고 꾸벅꾸벅 받아야 하는가?

힘이 정의를 앞서는 것은 ‘현상’이지 진리가 아니다.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전해준 진리가 있다. 인간에게는 하늘로부터 품부 받은 본성이 있는데(天命之謂性)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은 그 중 하나다. 의를 추구하는 마음(道心)은 희미하지만 힘을 숭상하는 마음(俗心)을 끝내 이긴다.

그래서 현실은 늘 힘이 지배하는 것 같지만 인간 세계가 동물의 왕국으로 전락하지 않고 붓 대롱으로 왕을 뽑는 세상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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