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내 은행장들이 총출동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결의를 다졌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한 개선 방안을 영업 현장에 본격 반영하고 침체된 비이자이익 다각화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장들은 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모여 ‘고객에게 신뢰받는 판매환경 조성을 위한 자율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결의는 금융당국이 홍콩 ELS 사태 이후 은행권의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한 종합 대책과 관련해 은행권의 자발적 노력을 보여주는 조치다.
29일 19개 은행장들이 자율결의를 실시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자료=은행연합회)
이들 은행장들은 ▲은행의 금융투자상품 판매채널 개편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실현하기 위한 판매 제도 및 관행 개선 ▲소비자 이익 중심의 경영 문화 확립과 내부통제 체계 강화를 결의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은행은 소비자의 금융파트너로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올바른 금융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판매채널의 소비자 보호장치 구비,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 제고, 내부통제 강화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홍콩 H지수 ELS 상품이 대규모 손실을 내며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졌던 데 따른 조치다.
당국에서 제시한 개선방안의 핵심은 은행의 금투상품 판매채널 개편과 내부통제 체계 확립 및 감독 강화로 압축된다. ELS 등 고위험 상품을 거점 점포에서만 판매하도록 제한하고 원금100% 손실 감내 등 적합 판정 소비자에게만 ELS 투자 권유 가능하도록 했다. 또 금융상품 판매 단기 영업실적보다 고객 이익을 우선하도록 성과보상체계(KPI)를 개편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개선방안 발표이후 이를 영업 현장에 반영하기 위한 내부 절차에 돌입했다. 거점점포 선정부터 일반 창구와 구분된 전용 판매 공간 구비, 전담 직원 배치, 관련 규정 개정과 내부통제 체계 개편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번 은행장의 결의안 채택으로 각 은행의 내규 반영을 위한 모범규준 마련에 속도가 붙는다. 오는 9월까지 판매 채널 개편과 제도 개선, 내부통제 체계 개편을 마치면 ELS 등 고난도 금투상풍 판매 재개에 나설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점점포 내 물리적으로 바꿔야 하는 부분도 있고 전담 인력 배치를 위해서는 상하반기 인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진행 중”이라며 “거점점포 선정의 가이드라인 등 구체적 내용을 놓고 금융당국과 계속해서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9월 개선을 마치고 판매 재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ELS 판매 중단으로 비이자이익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탁수수료 수익은 9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0억원 감소했다. ELS 상품은 은행 비이자이익을 이끄는 핵심 수입원이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은 2조8935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623억원이나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은행권의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가 재개되면 비이자이익 다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