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흡연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프레젠테이션(PT) 발표자로 직접 나선다. 호흡기질환 교수 출신으로 전문성을 살려 담배회사의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20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오는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KT&G와 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 등 3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의 최종 변론이 열린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4월 암에 노출된 흡연자를 치료하기 위해 발생한 진료비 지급을 목적으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53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액은 20갑년(하루 1갑씩 20년간 흡연) 이상, 30년 흡연한 뒤 폐암이나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지급한 급여다.

특히 이날 최종 변론에는 정 이사장이 직접 준비한 PT를 통해 담배회사의 책임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그동안 담배회사와의 소송전에서 건보공단 이사장이 직접 변론기일에 참석하거나 짧은 의견을 제시한 적은 있었지만 PT를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당국 한 관계자는 "약 10분 정도 분량으로 직접 PT를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호흡기 전문가로 흡연의 폐해를 너무 잘 알고 있어 보다 정확한 전달을 위해 직접 준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앞서 2020년 11월 1심 선고에서 흡연 이외에 다른 원인으로도 폐암이 발병할 수 있고 담배회사가 중독성 등을 축소·은폐한적 없다는 이유로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건보공단은 즉시 항소했고 수년간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바로 정 이사장이 직접 나서게 된 배경이다.

건보공단은 흡연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지출 규모가 한해 3조원이 넘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같은 재정 지출은 건보 재정 악화로 이어져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과 보장성 강화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꼽힌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정 이사장이 직접 PT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주요 내용이 많아 10분 이상이 될 것"이라며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