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HOT CEO] 43년 'LG맨' 권영수..LG엔솔 해외 생산기지 확대 '가속'

이상훈 기자 승인 2022.12.27 07:53 의견 0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국내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남북관계, 고환율, 고금리 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한 발 앞선 판단과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EO는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위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글로벌 위기에도 혁신의 리더십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CEO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들의 성과와 비전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자료=LG에너지솔루션]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지난해 11월 LG에너지솔루션 대표로 부임한 권영수 부회장은 1979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현재까지 43년간 'LG맨'으로 살아왔다. 1957년생인 권 부회장 인생의 2/3 이상을 LG전자와 함께 한 셈이다.

그간 권 부회장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LG의 주력 사업을 모두 경험하며 모두 우수한 성적표를 남겼다. 특히 2007년 적자를 내고 있던 LG디스플레이 대표를 맡은 뒤 취임 첫해 1조5000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LG디스플레이를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어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아우디, 다임러 등의 수주를 이끌어내며 취임 2년 만에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10여 개에서 20여 개로 두 배 확대했으며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중대형 배터리 시장 1위 지위에 올려놓았다.

LG유플러스 CEO 재임 기간에는 이동통신시장 정체 속에서도 2017년 가입자 1300만명이란 기록적 성과를 달성했다.

■ LG화학서 배터리 키운 권 부회장, LG엔솔 새 수장으로 복귀

지난 2월 16일,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86개 파트너사와 함께 온라인으로 사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파트너스 데이'를 개최했다. 왼쪽 3번째가 권영수 부회장. [자료=LG에너지솔루션]

권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1일부로 새 CEO로 선임됐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 GM,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잇따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공장 설립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배터리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중차대한 경영 현안을 앞두고 있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며 배터리 리콜 사태가 벌어지자 이를 해결할 적임자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이 때 LG에너지솔루션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 바로 권 부회장이다. 과거 LG화학에서 전기차 배터리 매출을 크게 끌어올린 당사자이자 LG디스플레이 CEO 직을 맡으며 첨단 제조업의 기술 고도화를 통한 수익성 증대를 경험한 그만큼 LG그룹에 적임자가 없었다.

실제 권 부회장은 취임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약 10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한국·북미·유럽·중국 등 국내 외 생산 기지 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차세대 전지 연구·개발(R&D), 품질 안전성 강화 등에 쓰이고 있다.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IPO 진행과 관련해 “더 큰 미래를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딛는다”며 “IPO를 통해 기술·제품·고객·생산 능력 4박자를 모두 갖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고객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LG에너지솔루션, 수익성 개선 위해 스마트팩토리 도입

권 부회장은 10년 전인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성장을 이끈 인물이다. 지금은 배터리 사업부문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제조업의 수익 노하우는 바뀌지 않았다는 게 권 부회장의 생각이다. 바로 제조업의 고도화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부터 글로벌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GM·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연이어 해외 합작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29일,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혼다가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 배터리-일본 완성차' 업체의 최초 합작 사례다. [자료=LG에너지솔루션]

올해는 투자 규모를 더 확대한다. 약 7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생산 능력을 올해 말 200GWh 수준에서 2025년 기준 52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충북 오창 공장에 73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확대한다.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는 완성차와 소형 전기차 업체 등을 대상으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권 부회장은 협력사와 주요 협력사와 최고임원진회의(TMM:Top Management Meeting)를 진행하며 스마트팩토리 도입에 힘을 쏟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공장 표준화를 통해 수율과 생산성을 더욱 높인다는 전략이다.

지난 6월 12일, LG에너지솔루션이 전사적 디지털 혁신 및 제조지능화 구축을 본격화하기 위해 세계 최고 전문가 5인을 인공지능(AI) 자문단으로 위촉했다. [자료=LG에너지솔루션]

스마트팩토리가 구축된다면 생산 거점별 사후정비(BM), 예방정비(PM)가 표준화돼 전 세계 어느 공장에 가더라도 곧바로 작업에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생산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빠르게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비와 장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이상징후가 있을 때 사전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 직원들 의견 경청하는 CEO..'이청득심' 자세 강조

권 부회장은 임직원의 행복이 꿈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권 부회장은 "저의 꿈은 바로 임직원의 행복이다. 가장 중요한 고객은 바로 여러분이기 때문"이라며 "배터리 비즈니스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는 모든 업무에 '최초'를 기록하는 사람들이다. 여러분이 반드시 행복해야 하는 이유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이 즐겁고 업무가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저부터 소통하는 리더가 되고자 한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또 "경영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는 경청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권 부회장은 최근 직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새로이 개설했다. 직원들의 출산 및 육아 유급휴가를 활성화하고자 '모성보호제도'와 보고를 위한 회의 폐지' 등 MZ세대의 건의사항을 적극 반영해 새로운 조직문화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 세계 직원 2만4000여 명과 CEO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 '엔톡(EnTalk)'은 권 부회장이 강조하는 '소통'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엔톡에 임직원이 회사 업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등록하면 권 부회장은 한 달 내 직접 답변하도록 돼 있다.

이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플렉스 타임' 제도도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 취임사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귀 기울여 경청하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로 듣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 말 그대로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 권영수 부회장의 경력 및 약력

▲학력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경력
-1979년 LG전자 기획팀 입사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장 사장
-2007년 LG필립스LCD 대표이사 사장
-2008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 본부장 사장
-2016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2018년 ㈜LG 대표이사(COO) 부회장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 경영 비전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 존중의 경영

■ 한줄 어록
"상대를 존중하고 귀 기울여 경청하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로 듣겠다"

-2021년 11월 1일 임시주총에서 밝힌 대표이사 선임 소감

"임직원들도 앞으로 '권영수 님'이라고 불러줬으면 한다. 임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도록 더욱 힘써 돕겠다.”

-2022년 01월 3일 신년사를 대신해 전한 '행복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6대 과제'에서 언급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