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삼성] ① ‘3·5 법칙' 벗어난 예상 밖 판결..실형 놓고 찬반논란 거세

김진욱 기자 승인 2021.01.20 11:40 | 최종 수정 2021.01.20 11:53 의견 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선고를 앞두고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자료=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은 총수 부재에 따른 위기를 맞게 됐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을 이끄는 수장의 공백이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국민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수감 중에도 주요 현안을 직접 보고받으며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및 각 계열사는 CEO 자율경영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굵직한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결정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총수 부재에 따른 주가 동향, 글로벌 경쟁력, 재벌 시스템 개혁 등에 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실형이 미칠 사회·경제적 영향과 의미를 4회에 걸쳐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김진욱 기자] 이번 판결은 당초 예상을 벗어난 결과로 평가된다. 재판부가 ‘지금까지 재벌 총수들에게 적용되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3·5 법칙'이 이 부회장에게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정식 양형 요소도 아닌 준법감시위를 피고에게 제시하며 형량을 줄여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을 보며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으로 예상했다.

■ ‘3·5 법칙' 예상 벗어난 판결..달라진 사회 분위기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에는 대부분의 예상이 빗나갔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집단' 삼성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가 법에 따라 실제 형이 집행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미결수 신분이었다. 반면 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구치소가 아닌 일반 교도소에 구금된다. 미결수에서 기결수로 신분이 전환되면 원칙적으로 노역에 투입되며, 보석 청구를 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정경유착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다. 신흥 시장에서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자본 권력은 정치 권력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 때문에 기업가는 정치권력의 도움을 얻기 위해 보이지 않는 지원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여겨졌다.

과거 불투명한 정치·경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던 우리 사회는 일반적으로 재벌 총수의 기업 범죄에 대해서 관대한 시각을 가져왔고 법원도 그러한 분위기를 반영했다.

하지만 촛불혁명을 거친 우리 사회는 일반인과 똑같이 특권층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대기업 총수라 해도 법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통해 여실히 보여줬다.

■ “경제위기상황서 과해” “형량 가벼워” 논란 거세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기업 운영을 하는데 정치 권력에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서 그 책임을 기업가에게만 가혹하게 물어야 하는 것이 맞느냐는 시각이다.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산업 전반에 악영향까지 고려하면 실형은 과하는 의견이다.

일부에서는 2년 6개월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뇌물액이 86억8000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게 징역 4~7년이 선고돼야 하지만 법률상 가능한 최저수준의 형량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금까지의 관행과 삼성의 엄청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선고했다는 측면에서 향후 재벌 시스템에 충분한 경고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기존 재벌 시스템 변화 시발점 되나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재벌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재계에 엄청난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안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과거 관행에 사로잡힌 정경유착의 끈을 끊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자본주의 선진국 미국에서는 기업 범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1년 미국 기업 엔론이 당시 1조4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해 파산됐다. CEO인 제프 스킬링은 24년 4개월의 징역형을 받은 것은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미국이 금융과 자본시장의 선진국으로 인정되는 이면에는 투명한 기업 경영과 기업 범죄에 대해서 엄격한 단죄로 시스템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재벌 시스템 개혁을 통한 정경유착의 어두운 면을 제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판결은 향후 강력한 자본 권력이라 할지라도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 첩첩산중에 쌓인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먼저 삼성에 대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부친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10월 별세함에 따라 오는 4월 말까지 상속세 신고를 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의 상당 부분을 물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혼란과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 또한 상속세로 11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구속 상황에서 또 다른 재판도 받아야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기소가 돼 있다. 이르면 2월부터 관련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옥중에서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을 효과적으로 경영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형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따라 경영 복귀가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가법 14조에는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제사범 가운데 그 금액이 5억원 이상으로 가중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자가 유죄를 확정 받았을 때 ‘유죄 판결된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래저래 산적한 난제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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