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만 바라보는 현대오토-엠엔소프트 합병..소액주주 소송 예고

이상훈 기자 승인 2020.12.14 14:54 | 최종 수정 2020.12.14 23:29 의견 5
현대차그룹내 IT 기업 3형제인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합병을 발표한 정의선 회장.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며 향후 소송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자료=현대차그룹)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업 개편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주주들과의 파열음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정의선 회장 체재를 본격 선언한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무리한 행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 10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해외에서 한창 좋은 성과를 내고 있을 시기에 역대급 충당금을 반영해 소액주주들이 반발을 샀다.

여기에 최근 발표한 IT 관련 3사(현대오토에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합병과 관련해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의 손실을 바탕으로 정의선 회장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며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자료=현대오토에버)

■ 뭉치는 현대 IT 형제들, 합병가액 논란 점화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룹내 IT 관련 3사인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을 내년 4월1일을 합병기일로 하고 합병절차에 들어간다고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3사 합병에 대해 "분산된 소프트웨어 역량을 한곳에 모아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을 아우르는 미래 IT 비즈니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3사 합병을 통해 3사가 보유한 장점을 집중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심산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3사 합병이 향후 전기차 시대 시너지를 위한 것으로 납득된다.

하지만 문제는 비상장사인 현대엠엔소프트 주당 가격이 8만8381원으로 책정됐다는 점이다. 합병회사인 현대오토에버의 주식 합병가액은 9만2237원이고 피합병회사인 현대오트론과 현대엠엔소프트는각각 1만864원·8만8381원으로 정해졌다.

현대엠엔소프트가 장외시장에서 13만~14만원대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이 반발할 수 밖에 없다.

■ 현대엠엔소프트 주주 "합병비율 소액주주에게 지나치게 불리"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 합병에 따른 합병가액. 현대엠엔소프트 장외거래가격과 너무 차이가 나는 가격이 책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자료=한영회계법인)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의 합병비율은 1:0.9581894으로 합병 후 현대엠엔소프트 주주들은 현대오토에버 주 0.95주를 받게 된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말 종가 5만400원이었다. 이후 꾸준히 올랐고 합병 소식이 나온 뒤 14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14일 오후 1시21분 현재 11만4500원의 주가를 보였다. 이처럼 현대오토에버의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합병가액이 산정된 반면 비상장사인 현대엠엔소프트는 장외주식 가격과 상관 없이 비상장법인 합병가액 산정 공식에 따라 가격이 결정됐다.

14일 오후 현대오토에버 주가 현황(자료=네이버)
현대엠엔소프트 장외주식 가격(자료=피스탁)

비상장회사인 현대엠엔소프트의 장외주식 가격은 최근 12만원 이상에 형성돼 있었다. 최근에는 주가가 급등해 14만5000원까지 기록했다.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76조의5에 의해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의 비율로 가중산술평균한 가액(본질가치)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해 8만8381원으로 책정됐지만 시장 가격과의 차이가 너무 크다. 단순 주가 차이가 이렇게 큰데 1:0.95의 비율로 합병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은 금전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합병으로 인해 가장 크게 이득 보는 이는 정의선 회장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주장하는 것과 달리 현대오토에버 주식을 10% 가까이(9.57%) 보유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큰 이득을 보게 된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합병 후 정의선 회장의 자산은 1016억원에서 1267억원으로 25%가량 증가하게 된다.

반면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은 합병 후 자산을 지분율대로 나눌 경우 자산이 37% 감소하게 된다. 현대엠엔소프트는 현대자동차가 31.84%, 현대모비스가 25.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엠엔소프트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이번 합병에 따른 피해는 전혀 입지 않는다.

■ 소액주주들은 소송 준비중

현대엠앤소프트 소액주주들은 화가날 수밖에 없다.

"정의선도 도적질하는 X이네. 소액주주들 재산을 도적질하는 합병 무효다!"

현대엠엔소프트와 관련된 기사 댓글 중 하나다. 굉장히 자극적인 표현을 썼지만 다른 댓글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다른 이는 "반드시 응당한 대가는 받아야 합니다. 소액주주의 재산을 칼만 안 들었지 강탈한 꼴입니다"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현재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장하거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합병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주장하는 소액주주들은 결국 집단소송으로 권리를 주장하려 하고 있다. 상장 소식 발표 직후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은 '현대엠엔소프트상장' 카페를 만들고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변호사라고 밝힌 한 현대엠엔소프트 투자자는 "소송은 아마 평가방식에 오류를 주장하면서 감정해서 조정하거나 장외시세를 주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합병 형식 자체는 합법이라 실질적인 회계법인 평가방식의 오류가 있어 감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만약 감정결과 좋지 않더라도 장외주식도 시세가 있으니 장외시세를 인정해달라는 것 외에 (해법이) 보이지가 않네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오토에버 측은 "합병가액은 외부 감사기관이 책정한 것이며 현대오토에버의 주가도 코스피 활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상승이지 인위적인 상승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IT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른 경쟁력을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프트웨어 기업을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고자 한 것"이라고 합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