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사실상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가 막히자 전세 물건이 귀해지면서 관련 대출도 급감하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권의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당분간 은행 대출 창구가 계속 더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766조3718억원)은 이달 들어 2조2769억원 불었다.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9월(+1조1964억원)의 약 2배지만 앞서 영끌이 절정이던 6월(+6조7536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7월(+4조1386억원)·8월(+3조9251억원)보다도 적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1조2683억원(608조9848억원→610조2531억원)에 그쳤다. 급감한 9월(+1조3134억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작년 10월(+1조923억원) 이후 가장 적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15억원이 넘는 집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4억원으로 더 줄인 10·15 대책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은 아예 5385억원 뒷걸음쳤다. 9월(-344억원)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 폭도 1년 반 전인 2024년 4월(-6257억원) 이래 가장 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급감과 관련해 "6·27, 10·15 등 부동산 대책으로 갭투자가 어려워지자 전세 공급 자체가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관련 대출과 반대로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사이 103조8079억원에서 104조8598억원으로 1조519억원 불었다. 잇단 규제로 금융소비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서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을 포함한 신용대출을 최대한 끌어 쓴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가뜩이나 은행권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 금리까지 최근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금융소비자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 정책이 계속 이어질지 의구심이 커지면서 시장 금리가 최근 높아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0월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90∼5.832% 수준이다. 두 달 전 8월 말(연 3.460∼5.546%)과 비교해 상단이 0.280%p, 하단이 0.230%p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2.836%에서 3.115%로 0.279%p 올랐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3.520∼4.990%에서 3.610∼5.100%로 상단이 0.110%p, 하단이 0.090%p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0.187%p 오른 탓이다.
집값 등 불안에 한은의 이달 기준금리 인하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런 대출금리 오름세와 가계대출 한도 축소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관측이다.
총부채원리금비율(DSR) 규제에 따라 산출식에 사용되는 금리 수준이 높을수록 원리금 상환 추정액은 커지고 그만큼 최대 대출 가능액은 줄어든다.
KB국민은행은 당장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주기·혼합형 금리에 지표 금리인 5년물 금융채 상승 폭(0.13%p)을 추가로 반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 상품들의 금리는 3.88∼5.28%로 오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정부의 부동산·대출 규제 방침에 따라 대출 가산금리 등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금리까지 오르면서 적어도 연말까지는 대출 절벽 현상이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