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4대 시중은행의 하반기 신입공채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 600여명에 그쳤다. 주요 대기업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청년 채용 확대 주문에 화답해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린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5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채용 상담을 위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신입 공개채용 규모는 총 645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740명)보다 95명 줄어든 수치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95명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180명, 하나은행 170명 순이다. 신한은행은 100명으로 가장 적다.
채용 부문을 살펴보면 각 은행은 공통적으로 IT·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인재 선발을 확대했다. 반면 창구 등 오프라인 인력 수요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은행권 채용 규모는 대기업들의 대규모 신입 채용 계획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 4대 그룹(삼성·현대·SK·LG) 중심으로 약 3만명의 신규 채용이 계획돼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6만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SK는 올해 8000명, 현대차는 올해 7200명에 이어 내년 1만명, LG는 3년간 1만명의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은행권 채용 규모와는 수십 배의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대규모 채용 확대는 이재명 대통령의 청년 고용 확대 주문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청년 신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년과 국가,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의 새 물꼴를 트자”고 강조했다.
은행권도 금융당국의 청년 채용 확대 주문에 화답해 채용 규모를 ‘반짝’ 늘렸던 적이 있다. 코로나19 국면이 끝난 후 대규모 희망퇴직에 따른 결원 보충과 사회적 책임 이행 요구가 맞물리면서 채용 규모가 일시적으로 늘기도했지만 1년 후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다.
4대 은행의 신입 행원 공채 규모는 2022년 약 2500명에서 2023년 1880명, 지난해 1320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올해 연간 채용 규모는 1185명으로 전망돼 감소세가 뚜렷하다.
과거 은행권을 향해 채용 확대를 압박하던 금융당국의 기조도 달라졌다. 비대면·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직접적인 채용 확대를 주문하기보다 ‘상생·포용금융’을 통한 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 책임 이행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대출 이자 감면, 소상공인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사회 전반의 고용 안정성에 기여하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대기업들과 달리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대규모 채용 확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 확산 등 업권 특성상 과거와 같은 대규모 신입 채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신 상생·포용금융 상품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