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삼성전자가 적자에 빠진 파운드리 사업 정상화를 위해 '2나노 공정'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완전한 경영 복귀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차세대 공정인 2나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고성능 칩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반도체 업계에는 이 공정을 향후 반도체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꼽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55.9% 급락한 4조6000억원에 그쳤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2023년 2조5000억원, 2024년 약 5조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2025년 상반기에도 2조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8.1%까지 추락했다. 반면 TSMC는 67.1%를 차지하며 격차가 60%포인트에 달한다.
■ 2나노 공정이 파운드리 운명 가른다
이런 위기 속에서 삼성전자는 당초 2027년 계획이었던 1.4나노 개발을 2029년으로 2년 연기하고 2나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이를 파운드리 사업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2나노 공정의 수율은 40% 수준에 머물러 대량생산 기준인 70%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반면 경쟁사 TSMC는 이미 60% 수율을 확보하고 애플, AMD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에 삼성은 연내 70% 수율 달성을 목표로 기존 1.4나노 개발 인력까지 2나노로 집중 투입했다.
삼성의 2나노 공정은 MBCFET 구조를 세계 최초로 적용한 GAA 기술(게이트올어라운드, 차세대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 3나노 대비 성능 12% 향상, 전력 효율 25% 개선, 면적 5% 축소 효과를 제공해 AI 반도체 시대에 최적화된 공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1.4나노 등 최선단 공정에 대한 도전보다는 기존 공정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2나노 등 첨단 공정의 수율 개선과 커스터마이즈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이재용 회장 복귀, 파운드리 전략 전면 변화
지난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10년간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이재용 회장의 변화가 파운드리 사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고객사와의 직접 소통이다. 지난해 6월 이재용 회장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 직접 미팅해 퀄컴이 3년 만에 삼성과 2나노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과거 법적 제약으로 소극적이던 CEO 외교가 적극적으로 전환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에서는 "리더십 공백이 사라지자 인사이동, 현장행보, 내부 의사결정 속도가 모두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과거 단계별 승인 과정에서 신속한 톱다운 방식으로 바뀌면서 파운드리 특유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부의 2나노 공정 성공을 위해 직접 나서고 있고 미국 텍사스 공장 가동을 앞두고 현지 고객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메모리-파운드리 통합 솔루션으로 승부..씨티그룹 "4분기 파운드리 적자 3분의1로 축소"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업체라는 구조적 강점을 활용해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GDDR7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며 엔비디아 RTX 50 시리즈 초도 물량을 단독 공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성과다. 현재 엔비디아 중국 수출용 AI칩에도 삼성 GDDR7이 공급되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만 제공하고 메모리는 외부 조달해야 하는 한계가 있는 반면 삼성은 메모리-로직 통합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잠재력이 실질적 경쟁 우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수율 개선과 고객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2나노 공정의 수율이 70% 수준으로 안정화되고 퀄컴과의 재협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삼성만의 통합 솔루션이 글로벌 고객사들에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씨티그룹은 삼성 파운드리의 3분기 적자폭이 1조2000억원으로 2분기(2조5000억원) 대비 절반 이상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에는 8000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가동률도 60%대 초반에서 77%까지 회복될 전망이다. 이는 엑시노스2500 양산과 2나노 샘플 출하가 본격화되면서다. 퀄컴의 2나노 샘플 테스트 완료와 함께 차세대 스냅드래곤 칩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는 이미 SF2P 공정 계약을 체결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향 인증 여부가 여전히 과제지만 비 엔비디아 진영에서의 인증 성과가 확인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파운드리에서도 가동률 상승에 따라 점진적 적자 축소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