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소비자 편익 증진과 은행권 경쟁 촉진 목표로 추진된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의 혁신금융 지정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혁신금융으로 지정된 25곳 중 대다수가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거나 단순 금리 비교 수준에 머물러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제14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의결을 통해 KB국민카드, 하나카드, NHN페이코 등 8곳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예금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의 혁신금융 지정을 취소했다. (사진=연합뉴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제14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의결을 통해 KB국민카드, 하나카드, NHN페이코 등 8곳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예금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의 혁신금융 지정을 취소했다. 이번 지정 취소는 이들 업체의 혁신금융 지정철회 요청에 따른 조치다.
온라인 예적금 중개 서비스는 소비자편익 증진과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다. 시중은행과 카드사, 핀테크 업체들이 앞다퉈 참여하며 총 25곳이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출시한 곳은 신한은행,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당초 단순 금리 비교에서 상품 가입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던 홍보와는 달리 간편 가입은 극히 제한적이다
네이버페이에서 현재 예금 15종, 적금 15종 상품의 간편가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상품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만 유일하게 입점했다.
토스는 예금 3종, 적금 4종 상품에 대해 바로 가입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단순 금리 비교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참여한 신한은행은 현재 가장 많은 예금 14종, 적금 26종에 바로가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단 예금 2종, 적금 15종은 자체 상품이다. 제휴사는 같은 계열사인 신한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웰컴저축, KB저축, 고려저축, OK저축, BNK저축 등 5곳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그간 시범운영해온 온라인 예금중개 서비스를 정식 서비스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취급 범위를 저축성 상품에서 수시입출식 상품까지 확대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 5월 신한은행 외 12곳은 혁신금융 지정 내용을 변경했다. 파킹통장 등도 취급할 수 있도록 부가조건을 바꿨다. 하지만 실제 파킹통장 비교 서비스를 출시한 곳은 네이버페이 뿐이다.
예금중개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은 대출 비교 서비스와 달리 은행들의 플랫폼 참여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자체 판매 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불하며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금 상품은 금리 변동 민감도가 낮고 표준화돼 있어 비교 실익이 적다는 점도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 비교 취지는 좋지만 소비자들도 굳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금리가 높다가 능사가 아니고 주거래 여부, 금융사 안정성 등을 따지기 때문에 플랫폼으로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자체적으로 예적금 상품 판매 채널을 갖췄는데 굳이 다른 플랫폼에 입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