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약하고 실리도 없는 조직개편,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논평]

최창윤 기자 승인 2024.05.01 10:19 의견 0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한국정경신문(무안)=최창윤 기자] 30일 전라남도교육청은 ‘도교육청 정책기능과 지역교육지원청 기능 강화를 통한 실질적인 학교지원체계 확립'이란 명목하에 2번째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2023년 2월 미래교육에 적합한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전남형 교육자치 기반을 마련하며 조직 운영의 방향을 학생 교육활동과 학교 현장지원에 두고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상생하는 전남형 교육자치를 구현한다는 명분으로 조직개편이 단행된지 겨우 1년만에 추진되는 조직개편이다. 취임 2년 만에 2번째 조직개편이다.

일단 그 내용의 합리성을 따지기에 앞서 교육청 내부는 물론이거니와 직속기관, 지역교육지원청과 학교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깜깜이’, ‘밀실행정’으로 진행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 무엇보다도 조직개편 TF에 현장 교사가 단 1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입법예고 1주일 전에 개편안을 전교조에 통보식으로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 전남교육청이 얼마나 비민주적으로 탁상행정을 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내용적으로 보더라도 왜 조직개편을 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기대에 못미친다. 교육에 대한 새로운 전망이 없는 조직 개편은 기실 공학적 계산과 이러저러한 이해 관계의 절충만 남기 십상이다. 이 조직개편안에서 도대체 어떤 교육적 전망과 구상이 담겨있는가? 부서의 통폐합과 인원의 재배치에 그칠 뿐이라면 이렇듯 요란스럽게 진행할 이유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장은 ‘도교육청을 슬림화하고 현장을 지원할 지원청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정책 방향’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고등학교 업무와 수많은 학교의 업무들이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고 있어 지역교육지원청의 인력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개편으로 지역교육청에 인력이 보강된다고 하지만, 김대중 교육감 취임 이후 지역교육청에서 인력을 빼서 도교육청에 충원했던 부분을 상쇄하고 나면 그 수는 더 미미해진다. 학교지원 강화를 체감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인 것이다.

행정직이 전진배치되고 상대적으로 교원 출신 전문직을 홀대하는 기조가 바뀌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학교감사팀은 학교실정과 교육활동을 잘 알고 있는 전문직이 담당해야 하고 그 외에 보건교육분야, 생태전환교육, 성인지교육 등 학교교육활동과 직접 관련이 있는 팀도 전문직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밖에도 사학정책팀이 정책국에서 행정국으로 이관되는 것과 관련, 교육계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애초 사학의 불투명한 인사와 재정 문제에 대한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자 행정국에서 떼어냈던 것을 다시 행정국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과거의 문제가 재현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 마디로 이번 조직개편은 민주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명분도 약하고 실리도 없는 것이다. 민주성과 합리성을 갖추려면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도울 것인지 묻는 것부터 시작해 다양한 교육주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말로만 '미래교육', '대전환'을 외치지 말고 혁신적으로 획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잘못 채워진 첫 단추부터 다시 채운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왜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교육감의 조직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것 외에 현장에 주는 메시지가 없다. 교육감의 일방통행적 불통행정, 현장과 동떨어진 전시행정만을 강화할 뿐이라는 냉소적 반응만 낳을 뿐이다.

김대중교육감에게 촉구한다. 전남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당사자들과 도민들의 지혜와 의견을 구하라. 밀실, 깜깜이 조직개편 추진을 중단하고 조직개편의 방안과 목적을 이야기하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라. 전교조전남지부(지부장 신왕식)는 이 과정에서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필요성이 확인된다면 사심없이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되, 밀어붙이기식 일방적 조직개편을 지속한다면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2024. 5. 1.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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