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주요 금융지주들이 자사주 매입·소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반기 역대급 실적과 탄탄한 자본 여력을 바탕으로 하반기 주주환원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본격적인 ‘주주환원율 50%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3일 정정공시를 통해 자사주 소각을 위한 자기주식 639만8075주 취득을 이날까지 완료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했던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당초 목표였던 9월보다 2개월여 앞당겨 마무리하는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당초 예정한 것보다 빠른 기간 내 자사주 매입이 완료됐다”며 “3개월 이내 소각 시점을 확정해 추가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지난달 26일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1034만7131주 소각을 완료했다. 당초 8월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계획을 약 2개월 단축한 것이다. 주주환원 의지를 시장에 명확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주환원에 가장 적극적인 KB금융지주는 지난 4월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이어 4월부터 6월 말까지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지난 5월에는 자사주 1206만주, 매입가 기준 1조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실행하기도 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다.
당시 KB금융 관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서면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15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작다. 대신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환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비과세 배당 등을 통해 실질 배당금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타 금융지주 대비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목표치(13%)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양생명·ABL생명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인수에 따른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됐다. 우리금융은 CET1 비율이 13%를 넘길 경우 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4대 금융지주는 이달 말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며 구체적인 하반기 주주환원 계획을 공개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역대급 실적과 탄탄한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이 상반기보다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은 업계 최초로 연간 주주환원율 50% 달성이 유력시된다. KB금융은 지난해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CET1에 연동한 밸류업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바 있다. 전년도말 CET1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한도 제한없이 모두 주주환원에 사용하고 연중 CET1 13.5%를 초과하는 자본을 다시 주주환원에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이미 1분기 CET1 비율이 13.7%를 기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추가적인 상승 요인을 감안하면 하반기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최소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의 하반기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환원 기준이 되는 CET1 비율이 전분기 대비 2bp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여기에 현금배당 1조1000억원을 더하면 올해 총 주주환원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하나금융도 양호한 자본비율을 바탕으로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기존 예상인 2000억원보다 많은 약 3000억~4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라며 “이를 포함한 연간 총 주주환원율도 44~46%에 달해 2027년 목표치인 50%에 빠르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1분기 실적 발표 때는 환율 등 대내외적인 시장 상황이 불안정했고 정치적으로도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였다”면서 “하반기 시장 여건도 나아졌고 불확실성도 해소됐기 때문에 주주환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