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이슈] 최홍만의 '지옥의 케이지'

김다운 기자 승인 2017.11.28 12:47 의견 0

(그림=서지훈/한국정경신문)

 

[한국정경신문=김다운 기자] 그때가 언제였던가. 육중한 하드웨어로 '핵꿀밤을 휘날리며' 세계 톱랭커 파이터들의 오금을 저리게 했던 때가. 어느새 마흔을 서너해 앞 둔 원로파이터가 되어버린 테크노 골리앗. 근육은 실종됐고 뼈만 남은 앙상한 몰골에 하체는 비틀거렸다. 경기에 나가는 족족 패배했다. 고목나무가 쓰러지듯 링에 누웠다. 그에게 응원을 보내던 대중들의 환호는 조롱으로 바뀌었다. 누구는 울었고 누구는 혀를 찼고 누구는 손가락질 했다. 그렇게 그는 조용히 무대 뒤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 대중들의 의구심은 여전했다. 은퇴할 나이에 돈벌이 때문에 나온다는 비아냥까지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콜리앗의 몸은 제법 관리가 된 모습이다. 기량은 당연히 예전 전성기만 못했지만 3라운드를 다 채울만큼 체력도 버텨줬다. 시원한 KO가 아니어서 아쉽겠지만 어쩌면 판정승이라는 것이 더 의미있는 것인지 모른다. 10년만에 승리를 맛 본 최홍만이기에. '원로'이기에.

이현세의 만화 '지옥의 링'의 마지막 장면은 무척 가슴아프다. 혼신을 다해 싸웠던 까치 오혜성은 '링은 나에게 지옥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대중들은 그저 그가 맷집이 좋은 선수라고만 생각했지만 오혜성은 맞을 때마다 지옥같은 고통을 겪고 견뎌야 했던 것이다.

'파이터' 최홍만에게 '케이지'는 오혜성의 '링'일지 모른다. 이기든 지든 선수들에게 있어 고통스럽지 않은 경기가 어디 있으랴. 대중들의 환호와 조롱도 이 끔찍한 '지옥'을 극복한 후의 일이다. 언제가 최홍만은 이 지옥의 굴레를 벗고 케이지를 떠날 것이다. 지옥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괜찮다. 대중들에게 건강한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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